[아침을 열며] 청년들을 위한 생산적 복지

입력
2020.01.17 04:40
31면
청년들의 위기로 응축되었지만 결국 현재의 혼란은 우리 시장경제의 위기로부터 나온다. 비슷한 경험으로 20년 전 IMF 경제위기 때가 있었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규모 실업자가 나왔을 때 DJ 정부는 생산적 복지로 돌파한 적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년들의 위기로 응축되었지만 결국 현재의 혼란은 우리 시장경제의 위기로부터 나온다. 비슷한 경험으로 20년 전 IMF 경제위기 때가 있었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규모 실업자가 나왔을 때 DJ 정부는 생산적 복지로 돌파한 적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전체 고용동향은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취업자 수나 고용률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실업자 중 20대 후반 청년들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우리가 제일 높아서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 더해 청년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산의 결핍이다. 원래 청년이란 기성세대보다 당연히 자산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평생을 일해도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치솟는 전세가는 절망감을 던져 주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기존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롯한 후속 세대가 두꺼운 중고령 인력층을 형성하고 노동시장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이는 일자리가 늘지 못하는 현실이다. 치솟는 부동산과 이로 인한 자산 격차의 심화는 시장에 풀린 돈들이 마땅히 투자할 만한 데를 찾지 못하고 몰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역시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이 된다.

청년들이 겪는 좌절과 그 이면에 깔린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비판은 미국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 카드로 부유세 신설, 무상교육,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소득재분배 정책 강화를 주장한 민주당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개혁을 예기한다면 조 바이든, 피트 부티지지는 민주적 자본주의 개혁을 얘기하고 있다. 시장 원리를 중시하되 다양한 개혁정책들을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티지지가 사우스 벤드 시장 시절 도시 전체를 취업연계형 평생학습 도시로 변화시킨 정책이 대표적이다. 전통적 노선이 시장의 개혁을 얘기한다면 민주당의 급진개혁 노선은 시장의 재구성을 얘기한다고 할 수 있는데 민주당 성향 청년층들은 누차 경험한 시장으로부터의 좌절과 실망으로 인해 대체로 급진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도 올해 4월 총선에서 청년들의 표심을 둘러싼 쟁점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다. 한편에선 냉정한 시장경제 현실에서도 오뚝이같이 일어선 청년 스타들을 발굴하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 개인의 ‘노오력’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문제라고 보면서 소득 및 자산재분배 효과에 방점을 둔 사민주의적 개혁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들의 위기로 응축되었지만 결국 현재의 혼란은 우리 시장경제의 위기로부터 나온다. 비슷한 경험으로 20년 전 IMF 경제위기 때가 있었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규모 실업자가 나왔을 때 DJ 정부는 생산적 복지로 돌파한 적이 있다. 생산적 복지는 잘못 해석하면 일자리와 연계되는 복지를 해야 한다는 조건부 복지로 오해될 수 있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복지제도로 보완하자는 균형적 노선이었다. 당시 벤처 육성과 직업훈련 확대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도입한 것이 구체적 사례이다.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시장경제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

오늘날 청년들의 일자리가 왜 부족한지 그리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대학교육의 양적 팽창과 4차산업혁명 대비 교육 개혁 지체로 인한 인력 미스매칭, 기존 노동시장의 경직적인 임금 상승 구조로 인한 저성장 국면에서의 채용 축소, 적극적인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과 규제 과다가 대표적인 원인들이고 이는 OECD 등 국제적인 평가에서도 누차 지적되어 온 것들이다. 이것들을 고쳐야 청년들에게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도록 지원하는 각종 복지성 지원책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들을 고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에서 기회를 잃은 청년들을 보살피기 위한 재정을 더욱 늘려가야 한다. 그러나 조세 부담의 증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여전히 크고 대부분이 고학력 청년들인 우리 현실에서 청년들을 위한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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