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후폭풍… 댓글로 요동치는 검찰 바닥 민심

입력
2020.01.16 04:40
수정
2020.01.16 07: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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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검사 사퇴글에 하루만에 댓글 600개 ‘역대 최다’

형사부 강화하자며 핵심 기능 뺏은 정부에 불만도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14일 사의를 표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같은 날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14일 사의를 표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같은 날 오후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비판하며 사표를 던진 김웅 검사의 ‘사퇴의 변’에 하루 사이 6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수사권 조정에 반대해 왔으나 대놓고 이를 비판하지 못한 검사들의 바닥 민심이 김 검사의 사표 한 장에 요동치는 분위기다.

1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시하며 김 검사가 남긴 글에는 15일 밤까지 약 600개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검사 2,000여명 중 30%가 댓글로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김 검사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을 남긴 검사 중에는 현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하거나 정권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다 밀려난 검사장들도 있었다.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으로 조국 사건 등을 수사했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은 “함께 근무할 기회는 없었지만 오래 같이 근무한 마음”이라는 글을 남겼고,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울산시장 선거 의혹을 수사한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후배가 전하는 사직 소식을 접하니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착잡하다”고 썼다. 대검 기획조정부장 시절 김 검사와 수사권 조정 논의에 관여했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주어진 소임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역사 앞에 떳떳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떠나는 검사가 이프로스에 글을 남기고 동료 검사들이 이를 격려하는 것은 검찰의 오랜 조직 문화이지만, 사퇴 글에 이번처럼 많은 댓글이 달린 것은 거의 없었다. 한 전직 부장검사는 “존경받던 검사장이 나가도 300~400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이렇게나 많은 댓글이 달린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전체 검사의 약 90%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여론도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핵심 권한인 수사지휘권을 내주고 경찰이 수사종결권까지 가지게 되면서, 형사부 강화는 헛된 약속에 그쳤을 뿐 되레 형사부의 힘이 빠졌다는 것이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공통된 평가다.

최근 법무부의 직제개편에 따라 형사부가 늘긴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실상은 ‘속빈 강정’이 됐다는 게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불만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형사부를 늘리면서 검사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정작 형사부 검사들이 민생사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검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화해 주는 조치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데 방점이 찍혔지만 애당초 형사부 검사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조직 내에선 홀대받아도 묵묵히 일하던 형사부 검사들까지 개혁 대상이 돼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14일 김 검사는 사의를 알리는 글을 통해 형사부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검사는 “사법통제와 사건 종결 기능을 제거하고 형사부가 강화되느냐”며 “자동차의 엔진 빼고, 핸들 떼고 바퀴만 더 달면 그 차가 잘 나가는가”라고 반문했다. 형사부 핵심 기능이 사라졌는데, 형사부 검사 숫자만 는다고 해서 기능이 강화될 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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