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찾는 20ㆍ30대 늘면서 관광객 씀씀이도 달라졌다

입력
2020.01.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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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20, 30대가 늘면서 소비행태도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해녀체험 활동을 즐기는 관광객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를 찾는 관광객 중 20, 30대가 늘면서 소비행태도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해녀체험 활동을 즐기는 관광객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특정 업종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소비행태가 크게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 30대가 주력 여행 연령대로 부상하고, 장기체류 관광객도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지역 소비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2018년 6%대(전년대비)에서 지난해 3%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18년 제주관광 연수입(잠정)도 내ㆍ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14.7%(8,390억원) 증가한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3.4%(1,440억원) 감소하는 등 내국인 관광객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내국인 관광객 중 주력 관광 연령대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사이 출생)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를 중시하는 소비행태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은 맛집 여행이나 제주 고유의 문화관광 등 자신들의 선호하는 활동에는 지갑을 여는 반면 숙박ㆍ쇼핑 등의 소비는 자제하는 특징을 보였고, 결국 전체 관광객의 지출 증가를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내국인 개별 여행객의 1인당 지출경비를 보면 식음료비 비중이 2017년 23.1%에서 2018년 27.2%로 크게 늘었다. 반면 숙박비는 21.4%에서 18,8%로, 쇼핑비는 15.0%에서 12.2%로 각각 하락했다.

제주 한달살기 열풍 등에 따른 장기체류 관광객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체류 관광객 대부분은 저가의 민박이나 미등록 업소(불법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있고, 여기에 도내 숙박업의 과당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숙박업에 대한 지출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장기 체류 관광객이 제주에서 머무는 기간에 필요한 의료, 미용, 세탁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의 도내 약국, 일반병원 신용카드 지출은 매달 전년동기대비 3~5%씩 상승했다. 미용업과 세탁소 관련 지출도 3~7%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젊은 연령층과 장기 체류자 등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제주 관광의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여행 추세의 변화를 수시로 조사해 관광과 제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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