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날이 밝는다... 통합신공항 주민 사전투표 하루 앞둔 군위ㆍ의성 긴장감 고조

입력
2020.01.15 16:47
수정
2020.01.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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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자체 ‘유치 기원’ 현수막으로 도배… 지역 간 고발 이어지면서 후폭풍 우려

15일 의성군청 앞 한 건물에 '투표하자 찬성으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공항유치운동은 한다'고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5일 의성군청 앞 한 건물에 '투표하자 찬성으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공항유치운동은 한다'고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군위 주민들이 15일 군위군청 인근에 설치된 '군위군민의 힘으로! 우보 찬성, 소보 반대'라 쓰여진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군위 주민들이 15일 군위군청 인근에 설치된 '군위군민의 힘으로! 우보 찬성, 소보 반대'라 쓰여진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 사전투표 하루 전인 15일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군위와 의성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도심 곳곳에는 유치 현수막과 피켓을 든 주민들, 유치 음악을 틀고 도로를 누비는 홍보차량들이 선택의 날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이전 후보지는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와 군위 소보ㆍ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2곳이다.

이날 오전 10시 의성군청 일대의 읍내에는 ‘통합신공항은 의성이 최적지입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공항유치운동은 한다’ 등 문구가 적힌 주민투표와 찬성 표기를 독려하는 현수막들이 가득 내걸려 있었다. 군청 앞 도로에는 ‘찬성’에 기표된 투표용지 모형의 피켓을 든 주민이 차가운 날씨와 싸우고 있었다.

의성군민 김종화(50)씨는 “통합신공항은 반드시 군위 소보ㆍ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로 와야 한다”며 “도로나 산업 기반, 고용 창출 등 침체해 있는 의성의 마지막 돌파구는 바로 공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근(34)씨도 “소멸해 가는 농촌 의성에 공항은 새로운 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의성전통시장 인근에서 만난 허삼례(69)씨도 “공항 유치를 통해 의성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 의성 주민이 15일 의성군청 앞 도로에서 통합신공항 주민투표와 소보ㆍ비안 지역 유치 찬성을 독려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한 의성 주민이 15일 의성군청 앞 도로에서 통합신공항 주민투표와 소보ㆍ비안 지역 유치 찬성을 독려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차량으로 15분 정도 달려 군위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신공항은 우보로’라는 현수막이 대거 보이기 시작했다. 읍내에서는 홍보차량이 “우리의 소원은 우보 공항”이라는 노래를 틀며 ‘우보 찬성, 소보 반대’를 독려하고 있었다.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 읍면 위원장들과 회원들은 5일장이 열린 군위군 의흥면 전통시장에서 투표 방법을 안내하고 참가를 독려하고 있었다.

군위터미널 앞에서 만난 성민규(32)씨는 “서울에서 일하다 겨울을 맞아 잠시 고향으로 내려왔다”며 “우보로 공항이 온다면 고향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위읍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자(65)씨도 “우보 지역 공항 유치로 우리 지역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투표소로 지정된 군위읍사무소에서는 선관위 직원이 투표 담당자들에게 주민투표 절차와 안내 사항 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가 15일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군위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담당자들에게 투표와 관련한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선관위 관계자가 15일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군위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담당자들에게 투표와 관련한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하지만 군위 일부에서는 ‘우보 반대, 소보 찬성’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어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군위 주민인 이정식(70) 우보공항반대대책위원장은 “현재 군위에서 우보 지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구경북과 호남, 중부권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신공항 부지는 소보ㆍ비안”이라고 강조했다.

의성ㆍ군위 주민 대부분은 희망 이전부지는 달라도 공항 건설이 침체한 농촌 지역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15일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사전투표소로 지정돼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5일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사전투표소로 지정돼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5일 군위군 군위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사전투표소로 지정돼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5일 군위군 군위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 사전투표소로 지정돼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한편 주민투표가 다가오면서 공항 유치전은 군위, 의성 간 맞고발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는 13일 ‘의성군이 통합공항 이전에 따른 주민투표율과 유치찬성률을 읍ㆍ면별로 평가해 600억원 포상과 20억원 공무원 해외연수비 지급 계획을 세운 것은 위법’이라며 김주수 의성군수를 경북경찰청에 고발했다. 또 이 계획을 수립한 의성군 공무원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및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화섭 군위군유치위 공동추진위원장은 “의성군이 불법을 저질렀다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우보 지역에 통합 신공항이 들어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통합신공항의성군유치위원회도 맞대응에 나섰다. 유치위는 14일 허위 사실 유포 및 투표권자 매수 등 혐의로 김영만 군위군수를 대구지검 의성지청에 고발했다.

권혁만 의성군유치위 사무국장은 “김 군수가 소보ㆍ비안 지역이 선정되면 유치를 포기하겠다며 군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군위가 먼저 싸움을 걸어와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위와 의성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 도지사는 14일 “주민투표와 관련 고발이 이어져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밝혔다.

15일 경북 군위군 군위버스터미널 인근에 '통합신공항이 우보로 오면 군위가 확 바뀝니다'는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15일 경북 군위군 군위버스터미널 인근에 '통합신공항이 우보로 오면 군위가 확 바뀝니다'는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한 의성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의성군청 앞에 설치된 통합신공항 의성 유치 기원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한 의성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의성군청 앞에 설치된 통합신공항 의성 유치 기원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통합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손학용 푸른의성21 대표는 “신공항 건설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며 “설령 공항이 건설되더라도 소음이나 미세먼지, 폐기물 발생 등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을 위한 사전거소투표는 16, 17일, 주민투표는 21일 군위와 의성 두 지역에서 치러진다. 군위군민은 단독후보지인 군위 우보와 공동후보지 군위 소보ㆍ의성 비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투표 용지 2장에, 의성군민은 공동후보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 용지 1장에 기표한다. 투표인 수는 군위 2만2,189명, 의성 4만8,453명이다.

군위군과 의성군은 사전투표를 통해 기선을 잡을 각오여서 주민들의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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