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걱정은 줄이고 더 정확하게 촬영”

입력
2020.01.15 13:47
수정
2020.01.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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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나노튜브(CNT) 나노 전자원 및 완전 밀봉형 전계방출 디지털 엑스선 튜브. ETRI 제공
탄소나노튜브(CNT) 나노 전자원 및 완전 밀봉형 전계방출 디지털 엑스선 튜브. ETRI 제공

국내 연구진이 방사선 노출을 최대 70%까지 줄이고, 영상 화질도 높이는 엑스선(X-ray) 광원을 개발했다. 120년 간 사용해 오던 엑스선 소스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기술을 이전한 업체와 상용화까지 성공해 의료 영상 장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피폭량은 대폭 줄이고 영상 화질은 높일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엑스선 광원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엑스선은 의료용 영상 진단, 산업용 비파괴 검사 등에 널리 사용되는 전자기파이다.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이후 의료 분야에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엑스선을 만드는 광원은 고온(2,000도) 가열한 필라멘트를 이용하는 탓에 열이 오르기까지 반응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불필요한 방사선량에 노출된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연구진은 필라멘트 대신 나노미터(㎚ㆍ10억분의 1m) 굵기 지름의 신소재 CNT를 이용해 피폭량을 대폭 줄인 디지털 광원을 개발했다.

CNT는 속이 빈 원기둥 모양 탄소 소재로 물리적 강도와 열 전도성이 뛰어나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CNT 광원은 전기 신호를 이용해 필요한 순간에만 전기를 걸어 엑스선을 최소한만 방출한다.

또 수백 나노초(nsㆍ10억분의 1초) 수준으로 전류를 제어해 기존 수십 밀리초(msㆍ1,000분의 1초) 단위로 촬영하는 아날로그 기술보다 최대 1만배 이상 빠르게 촬영할 수 있다. 아울러 피사체가 움직여도 응답 속도가 그만큼 빨라 보다 선명한 영상까지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심장ㆍ흉부 등의 의료 촬영장비에 활용하면 방사선 노출량을 종전보다 평균 50%,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연구진이 2015년 개발해 바텍과 브이아이에스 등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 현재는 치과용 엑스선 검사 장치에 적용돼 상용화까지 이뤄졌다.

ETRI는 앞으로 제품 출력과 해상도를 높여 산업용 초고밀도 비파괴 검사 장비, 의료용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20여년 간 디지털 엑스선 광원 장비 연구를 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기술 안정성이 떨어지고 장비 수명도 짧아 상용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이어 “오랜 기간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혁신적 신기술로 대체해 단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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