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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조국 사태’의 후폭풍은 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진영과 반대 진영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주고 받으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처럼 사회를 두 쪽 낸 진보와 보수 간 이념갈등이 빈부ㆍ노사ㆍ지역 등 다른 집단갈등을 제치고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조국 사태를 관통하며 이념갈등과 지역갈등이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다.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 갈등 증감/ 강준구 기자/2020-01-14(한국일보)

조사 결과 국민의 88.4%는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 5.6%포인트 높아지며 이념 갈등이 다른 집단 갈등을 제치고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부상했다. ‘영남과 호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본 국민은 49.5%로 1년 전보다 7.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18년 조사에서 국민이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은 경영자 대 노동자 갈등(85.7%)은 79.3%로 떨어졌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지난해엔 상대적으로 노사 갈등은 줄어들고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이 커졌다”며 “조 전 장관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태극기 부대 대 촛불의 갈등이 조 전 장관 사태를 계기로 증폭됐다”며 “올해도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당분간 이념 갈등은 더욱 공고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국민 10명 중 6명(59.6%)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갈등이 늘었다”고 답했다. 문 정부 첫 해(2017년)만 해도 ‘갈등이 늘었다’고 본 국민이 22.9%에 불과했는데 3년이 채 못돼 이 비율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갈등이 줄었다’고 본 국민은 같은 기간 29.9%에서 7.2%로 대폭 떨어졌다.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누구보다 소통에 앞장설 것처럼 했지만 정작 국민의 48.3%는 ‘정부가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강원 소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엔 박근혜 정부 대비 사회갈등 관리를 잘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으나 점차 비판적ㆍ부정적 인식이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 갈등 책임이 높은 기관으로 국회(93.1%)를 1순위로 꼽았다. 언론(90.5%), 중앙정부(83.8%), 법조계(79.2%), 지방정부(75.6%)가 뒤를 이었다. 대통령은 72.9%였다.

문 정부가 정책 결정 때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운 공론화 절차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라졌다. 국민 60.5%는 공론화 절차에 대해 “행정 신뢰를 높이고 숙의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답했다. 반면 “공론화가 책임회피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본 국민도 51.8%나 됐다. 국민 절반은 정부가 정책 결정의 책임을 피하는 수단으로 공론화 방식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지난달 27~30일 나흘간 이뤄진 이번 조사 결과는 15일 공식 발표 예정이다. 응답자는 2019년 11월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라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로 비례할당 뒤 한국리서치 응답자 풀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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