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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내년 일본 후지산 주변 부지에서 실제 공사가 시작될 토요타의 미래도시, 워븐 시티. 토요타 제공

힘들다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내구성과 인내심에 차이가 있으니, 누군가 “저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의 내심을 보고자 애쓰는 게, 그래서 당연하다.

경제가 여전히 아우성이다. 긍정, 부정 지표가 혼재하고 있고 종합적으로는 ‘나름 선방했다’는 대통령 신년사와 무관한, ‘돈 벌기 어려움에 대한 팍팍함’이다. 특히나 기업들은 죽겠다는 표정 일색이다. 시황은 바닥인데다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면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짜내 보지만, 각종 법 규정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이 와중에도 희망이 등장한다.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격려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는 일은, 12월부터 조금씩 개선되는 수출 지표는, 큰 의미로 와 닿지도 않는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켜본 ‘CES 2020’은 ‘별천지 세상’이었다. 게을렀던 탓에 남달리 갈고 닦지 못했던 영어 실력 때문에 진면목을 온전히 느끼진 못했지만, 전 세계 기업들이 선보인 미래 비전과 첨단 신기술은‘눈이 핑핑 돌아가고’,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매력적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미래도시는 인상적이었다. 개인용 비행체와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연계되고, 융합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공간을 현대차는 보여줬다. 그 곳에는 인공지능(AI)이 있었고, 로봇이 살아 움직였고, 5G 혹은 그를 뛰어넘는 이동통신기술이 녹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서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언제?’라는 의문이었다. 상용화의 시점, 함께 본 수많은 취재진이 가진 궁금함이었는데, 정작 현대차 측은 조심스러웠다. 2023년, 2028년, 2029년 등등 여러 시점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입에서 또는 현대차 고위 임원의 발언 속에서 등장하곤 했지만 항상 ‘업계가 추정하길’ 또는 ‘규제나 법규 등의 정비가 완료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다녔다. 마치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듯 말이다.

토요타자동차가 내놓은 미래도시 ‘워븐 시티(Woven city)’가 그래서 더 부러웠는지 모른다. 일본 후지산 인근에 건립될 그 곳에서는 에어택시가 날아다니고,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오가고, 로봇이 돌아다녔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현대차의 그것과 별단 다르게 보이진 않았다. 차이가 있었다면, 아키오 회장이 자신 있게 말한 한 마디였다. “살아있는 실험실이 될 이 워븐 시티가 2021년 착공에 들어갑니다.”

만나는 기업인들 열이면 열, 힘들다는 하소연과 함께 ‘규제 혁신’ 얘기를 덧붙인다. 지겹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경제가 어려운 게 온당 그것 때문이겠냐는 대꾸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어떤 규제가 어떤 식으로 길을 가로막는지 들어보려고 한다. 힘들다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 CES 현장에도 역시나 우리 정부, 정치권 인사들은 눈에 많이 보였다. 안타깝지만 CES 전시관을 누볐던 그 수 많은 인사들 중 ‘기업인들의 힘든 내심’을 들어보고자 다가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토요타는 내년 미래도시를 착공하는데, 현대차는 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일까’를 궁금해했던 이는 과연 있기나 했을까.

CES가 막을 내린 며칠 뒤, 지난 1년 동안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대ㆍ중ㆍ소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한 행정연구원의 설문결과가 보도됐다. ‘승인기간 종료 후에도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답한 곳이 53%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규제박스는 현 정부가 규제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남상욱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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