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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경찰 조사 통해 응분의 대가 받아야” vs 가해 학생 “나도 정신적 충격”
A군이 경북 구미IC 나들목 부근 왕복 8차로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한 장소. 김재현 기자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숨진 고교생의 아버지는 가해 학생으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6일 오전 6시30분쯤 경부고속도로 구미IC 나들목 부근 왕복 8차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서울 방향 1차로에서 달리던 차량에 치여 숨진 A군의 아버지는 13일 “가해 학생 B군이 사건 이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정확한 경찰 조사를 통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에 따르면 B군은 아들 장례식에도 찾아왔다. B군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와 문자로 ‘자신도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SNS에 올린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지인을 통해서는 ‘B군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설득하기도 했다.

A군의 아버지는 “대부분 사실에 기반한 글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건 후에도 B군이 구미시내서 술을 마셨다는 제보도 있어서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군 아버지는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본 결과 노래방 입구에서 아들을 때리고, 또다시 7, 8명의 친구들을 불러 돌아가면서 폭행한 장면을 목격했다”며 “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무릎까지 꿇었는데도 끝까지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한대씩 돌아가면서 때렸고,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이 이뤄지니 아들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또 “아들과 가해 학생이 단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며 “그 후 아들이 완전한 공포심에 휩싸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B군은 경찰 초동조사에서 “A군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갑자기 뛰어나가는 것을 봤다”며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B군은 지난 10일 정식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로 했으나 변호사 입회 하에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학교 주위에 따르면 A군은 일진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려심이 깊은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중2때부터 5년여 동안 복싱을 하며 전국복싱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올 초 고등학교 졸업예정인 그는 3월에는 육군 부사관에 자원해 입대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A군을 잘 알고 있다는 구미 지역 한 학원 원장은 “A군은 평소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며 “지금도 A군이 이 같은 사건으로 희생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군의 장례절차는 8일 마무리됐다. A군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아이를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며 “처음에는 슬픔에 잠겨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냉철하게 대응하고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자살로만 묻힐 뻔 했던 A군 사망 당일 행적이 아버지 SNS를 통해 드러나면서 핵심열쇠를 쥔 B군의 경찰 진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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