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민선체육회장 선거 과열혼탁… 후유증 우려

입력
2020.01.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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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기단체회장ㆍ체육회이사, “선거브로커 전락” 지적도

경북체육회사무실.
경북체육회사무실.

사상 첫 민선체육회장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과열혼탁선거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일부 경기단체 회장이나 이사들이 선거브로커로 나섰다는 말도 나도는 등 지역 체육계가 선거보다 더 심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도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실시된 초대 민선 경북도체육회장 선거에서 김하영(67) 후보가 선거인 453명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378표 중 161표를 얻어 당선됐다. 또 도내 23개 시ㆍ군체육회도 14일까지 18개 시ㆍ군에서 초대 민선회장을 선출했다. 4개 시ㆍ군은 15일 투표를 실시하며 의성군체육회는 후보자가 나서지 않았다.

첫 민선체육회장 선거인 만큼 과열혼탁양상도 심각했다.

3명의 후보가 경쟁한 경북도체육회장 선거에선 선거운동이 제한된 경기단체 회장 중 일부가 특정 후보편에 서서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체육회 일부 인사는 ‘윗분(이철우 도지사를 가리키는 은어)’을 거론하며 특정 후보 지지운동을 펼쳤다.

A협회장은 동료 협회장들과 대의원들을 불러 모아 특정후보를 소개하고 참기름을 돌려 말썽을 빚었다. 다른 지역에선 과메기, 또 다른 지역은 쇠고기 선물세트를 돌리다 발각됐다.

일부 지역에선 정당조직이나 폭력배까지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기도 했다.

상주시의 경우 체육회장 선거에 당선한 김모(63) 씨와 낙선한 황모(60) 씨 둘 다 4ㆍ15총선 때 함께 실시되는 상주시장 재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것은 물론 체육회장 선거를 시장선거 디딤돌로 삼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후보자를 내지 못한 의성군체육회는 16일부터 체육회장 공석으로 체육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체육인 박모(52) 씨는 “민선체육회장 선거가 지역별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하지만 일부 대의원이나 가맹단체 회장단 등 선거 브로커들이 설치면서 선거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체육회 관계자는 “첫 민선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등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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