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추미애 ‘징계 카드’ 재압박

입력
2020.01.10 19:14
수정
2020.01.11 00:04
1면
구독

秋 “별도 수사팀 신설, 내 승인 받아라” 보좌관엔 “징계법령 찾아라”

檢 靑비서관실 압수 시도, 靑 협조 안 해... ‘警 세평 수집’ 수사 착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복귀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복귀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 달 만에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뺀 검찰간부 인사에 굴하지 않고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의 고삐를 조였다.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개혁 사명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조직 설치와 직접 수사를 대폭 제한하겠다며 나날이 검찰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사를 두고 맞붙었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타협 없는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면서 청와대ㆍ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대규모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을 쳐낸 지 이틀 만인 10일 검찰을 향한 압박을 이어갔다. 추 장관은 이날 “직제에 없는 검찰 수사 조직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장관 사전 승인을 받아서 설치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법무부는 “규정에 따른 조직이 아닌 별도 수사조직은 명칭을 불문하고 설치ㆍ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현재 설치된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계속 유지된다.

이밖에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결정했던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계획’에 따라 조만간 전국 특별수사의 중심인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절반으로 줄이는 조직 개편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에게 “지휘감독 권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기 바란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형 비리사건이 발생하면 검찰총장이 재량권을 행사해 특별수사본부나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전국의 검사들을 파견해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사실상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또 직접수사 부서 축소로 검찰 전체 수사 역량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 지시가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위해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서울동부지검), 지난해 12월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서울동부지검) 등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 청와대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 측의 공약을 설계하는데 관여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전날에도 대통령 직속위원회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압수수색해 균형발전위원회가 송 시장 측 공약을 검토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전날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장관 면담 거부에 “유감”을 표시하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이) 장관의 명을 거역했다”고 비판을 했어도 검찰은 오히려 수사 강도와 속도를 더 높인 셈이다. 다만 이날 자치발전비서관실 자료 확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압수 대상조차 특정되지 않은 영장을 가져와 임의제출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검찰은 검찰 간부 세평 수집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경찰이 검사 인사 검증을 위해 세평 수집을 한 것은 위법”이라며 고발한 사건을 전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허정)에 배당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