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0] 얼굴 인식 AI “진상 손님” 경보까지… 사생활 침해 최대 화두로

입력
2020.01.09 04:40
13면

 백화점 등에 설치 방문객 감정까지 체크… 대만 기업 “정확도 99.8%” 자랑 

 빅데이터 vs 프라이버시 토론회… 애플·페이스북“데이터 이용 최소화” 경쟁 

미국소비자가전협회(CTA)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개막 첫 날인 7일 수많은 인파가 전시장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다. CTA 제공
미국소비자가전협회(CTA)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최하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개막 첫 날인 7일 수많은 인파가 전시장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다. CTA 제공

‘오늘 방문자 6,153명. 남성(80%)이 여성(20%)보다 많고 방문자 나이는 45~55세 비중이 36%로 가장 높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개막 첫날인 7일. 대만의 얼굴인식 기술 기업 사이버링크 부스에 설치된 카메라는 방문자들의 얼굴을 쉴 틈 없이 분석하고 있었다. 매년 1월 열리는 CES에 전시기간인 나흘간 다녀가는 사람들은 17만명이 넘는다. 인파에 휩쓸릴 정도인 현장에서 누구도 방명록을 남기거나 개인정보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사이버링크의 인공지능(AI)은 성별, 나이뿐 아니라 ‘Visitor(방문자) #6227’처럼 몇 번째 다녀갔던 사람인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사이버링크 관계자는 “우리의 얼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확도가 99.8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얼굴인식 기술을 가정이나 회사 등 보안과 안전이 중요한 곳에 팔기도 하지만 유통업계도 주요 고객이다. 특히 쇼핑몰에 설치하면 VIP인지 첫 방문객인지, 재방문객인지 식별할 뿐 아니라 개인별 현재 감정, 쇼핑몰에 머문 시간, 그리고 ‘블랙리스트’처럼 원치 않는 손님도 판별해 낸다. 사이버링크 관계자는 “대만 경찰과도 협력해 경찰이 우리 기술로 법을 준수하는 시민인지, 좋지 않은 과거를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대만 얼굴인식 기업 사이버링크가 설치한 화면에 부스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 인식 결과가 나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대만 얼굴인식 기업 사이버링크가 설치한 화면에 부스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 인식 결과가 나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빅데이터 금광 캐는 ‘골드러시’ 시대 

이번 CES에서의 최대 화두인 AI는 요즘 같은 소비자 맞춤형 시대엔 최적화된 혁신 기술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개인화된 경험 판매가 중요한데,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난 AI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정보와 상품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살 만한 제품 광고를 띄우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를 예견한 기업들은 금광을 캐듯, 데이터 수집에 나섰고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 뒀다.

하지만 타깃이 된 개인의 입장에선 누군가로 특정돼 추적당한다는 불쾌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올해 CES가 주요 주제 중 하나로 ‘감시 기술(surveillance tech)’을 지정하고, 1992년 이후 등장하지 않았던 애플이 28년 만에 CES에 공식 참석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AI를 통한 데이터 수집·분석’과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 적정선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묘한 신경전 

이날 CES에서 사생활 침해를 주제로 한 원탁회의가 마련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회의엔 제인 호바스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와 페이스북에서 최고 프라이버시 책임자를 맡고 있는 에린 에건 부사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슈퍼세션으로 마련된 개인정보 관리자 원탁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제인 호바스(오른쪽)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와 에린 에건 페이스북 부사장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슈퍼세션으로 마련된 개인정보 관리자 원탁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제인 호바스(오른쪽)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와 에린 에건 페이스북 부사장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줄곧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수익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 사생활 침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앞세운다고 강조해 왔던 애플은 이날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직접적이진 않아도 페이스북의 사업모델과 다르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애플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 구독 기반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수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다. 데이터를 수집하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대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해 이날 원탁회의에 애플이 직접 등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호바스 이사는 이날 “‘시리’에게 날씨를 물어보면 도시 데이터만 사용하지만 근처 식당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위도와 경도를 들여다본다”며 “‘데이터 최소화 관행’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건 부사장은 “광고 수익 기반이라고 해서 프라이버시를 덜 중요시하는 건 아니다”며 “페이스북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우리도 개인에게 데이터 제어권을 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데이터만 수집한다”고 말했다. 이날 페이스북은 데이터 공개 범위를 스스로 설정하는 기능을 더 세분화하는 업데이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 규제를 언급하고 있어 애플, 페이스북 등 대표 기업들도 기술과 프라이버시 사이 균형에 관한 고민이 깊은 것”이라며 “문제는 사람들이 피해 입지 않는 선에서 수집하고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데이터 양이 얼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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