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북미 중재자→한반도 운전자’ 의지… 대화 단절 北 호응 여부 관건

입력
2020.01.08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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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사서 ‘북미협상 앞세워 남북관계 답보’ 반성

철도·도로 연결 등 대북제재 무관한 5개 사업 北에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협상과 지나치게 연동돼 지난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를 반성했다. 동시에 대북제재와 무관한 남북사업을 최대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꺼냈지만, 북한이 호응하고 북핵협상이 함께 속도를 내야 가능하다는 한계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구체적인 원인도 짚었다.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지난 1년 남북관계에 대한 성찰도 묻어났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남북의 독자적인 공간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북미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이라는 것이다. 이는 ‘남북문제는 반드시 북미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서 스스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본다’, ‘북한이 제기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문제 이슈화를 실기했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물론 남북교류를 확대하되, 대북제재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기저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제시한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철도ㆍ도로 연결사업 실현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등은 대북제재라는 현실적인 장벽을 감안한 제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마침 남북 민간교류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을 ‘실’로 격상하고, 그 아래 ‘접경협력과’를 두기로 하는 내용의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잠정 확정하며, 남북 간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남북협력을 함께 증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남측과의 대화를 사실상 중단했던 북한이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6ㆍ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등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을 성사시킬 경우 반전도 가능하다. 남북대화를 뒷전으로 밀어둔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했다. 특히 일본을 향해서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면서도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욱 빠르게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남방ㆍ신북방정책에서 속도를 내겠다고도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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