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호주 ‘최악의 산불’에… “‘불 옮기는 새’ 아시나요?”

입력
2020.01.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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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개 매 등 불씨를 옮기는 새 재조명 

지난해 12월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나우라 인근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주거지역을 향하는 불길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나우라 인근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주거지역을 향하는 불길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염 토네이도에 휘말린 나무들, 핏빛으로 물든 하늘, 불에 타 죽어가는 코알라와 캥거루….

지난해 9월부터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역대 최악의 호주 산불 현장의 모습입니다. 인명 및 재산 피해에 이어 불을 피하지 못한 야생동물까지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죠. 호주는 5일(현지시간) 이번 산불로 사망자가 24명 발생했고, 가옥 2,000여 채가 전소했다고 밝혔어요. 호주 전역에서 보면 약 600만㏊(헥타르ㆍ1㏊=1만㎡)의 숲과 공원 등이 잿더미로 변했다고 하죠. 이는 서울의 약 100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같은 시각 국내에서는 ‘불을 옮기는 새’라는 게시글 하나가 이목을 끌었습니다. 7일 한 누리꾼이 “실제로 호주에 사는 3종의 솔개와 매가 들불을 확산시키는 구실을 한다”며 관련 기사와 사진 등을 소개한 건데요. 이번 산불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누리꾼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엔 충분했죠.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2017년 한 해외 논문에 따르면 호주와 미국 연구자들은 솔개와 매 등 새 3종이 불붙은 나뭇가지를 부리로 움켜쥐고 최고 1㎞ 떨어진 곳에 떨어뜨려 들 불이 번지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우연이 아니랍니다. 새들은 불이 붙지 않으면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여러 마리가 힘을 합치며 고의적으로 산불을 퍼트렸다고 해요.

새들이 산불을 확산시키는 이유는 먹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평소 풀숲에 숨어있던 도마뱀, 곤충, 들쥐 등이 불을 피해 도망을 치면 하늘에서 수월하게 먹이를 낚아챌 수 있겠죠.

우리나라 솔섬의 솔개.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 솔섬의 솔개.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둔함의 대명사 새가 불을 사용한다니, 사람들은 신기해합니다. 이제 ‘새대가리’에 대한 정의를 다시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한편에선 “조삼모사다” “똑똑하면서도 멍청하다”는 반응도 나와요. 잠깐 배를 불리기 위해 삶의 터전을 해치는 행위가 도구를 쓰면서 자연을 망친 인류와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이죠.

우리나라에도 불을 옮기는 새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도 솔개, 새매, 참매 등이 발견되지만, 이 중 고의적으로 불을 옮기는 새는 없답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7일 “호기심 많은 까치와 까마귀가 우연히 불이 붙은 담배나 나뭇가지를 옮길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새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불을 옮긴 경우는 없다”고 밝혔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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