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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 전 장관 딸이 받았다는 동양대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수법과 똑같다.”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을 때 법조계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부장 고형곤)가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 뒤 공개된 공소장에 대해서는 “영화 대본 그대로네”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전 장관 공소장에는 자녀 입시 부정, 주식 차명 보유 등과 관련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위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는 문서만 18건 등장한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부부에게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위조ㆍ허위 문서 중 대부분은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한 것들이다. 부부는 딸과 관련해서는 고교 재학 시절 부산 한 호텔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조 전 장관이 활동하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인턴 확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밖에도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연구소 인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과 동양대 어학교육원장 연구활동 확인서에 허위 내용이 담긴 것으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은 위조된 것으로 판단했다.

부부는 아들을 위해서도 동양대 어학교육원 봉사활동 확인서, 인문학영재프로그램 1,2기 수료증과 2위 최우수상 문서를 허위 발급하고 강좌가 열리지 않은 3,4기 수료증은 위조했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인턴예정증명서와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는가 하면, 아들이 다녔던 조지워싱턴대의 장학증명서 내용을 부풀리고,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명의의 법무법인 허위 인턴활동확인서를 받기도 했다.

부부는 특히 타인 명의의 문서를 위조할 때엔 ‘기생충’에 나온 것과 같은 방법을 써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들의 상장을 스캔한 뒤 총장 직인만 오려내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2017년 최 비서관으로부터 아들 조씨의 법무법인 허위 활동확인서를 받고 1년 뒤, 조씨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활동 기간을 부풀리는 과정에서도 최 비서관 인장 부분을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문서를 위조했다.

검찰은 여러 정황과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이와 같은 두 자녀의 활동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 가족은 두 자녀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대학원 서류전형 등 자료로 위와 같은 문서들을 제출했다. 몇몇 사문서ㆍ공문서 위조 및 허위 작성 행위가 공소시효를 넘겼지만 검찰은 이 부분을 꼬집어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한편 조 전 장관 부부는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의혹 등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각종 허위ㆍ위조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민정수석 취임 후 8억여원의 코링크PE 주식 보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타인에게 같은 금액의 채권이 있는 것처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허위로 신고하고 이후 허위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가 하면, 지난해 8월 사모펀드 의혹이 확산되자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가족이 공동 투자한 사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라 출자자에게 투자처를 알려주지 않아 정 교수가 투자처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각각 업무방해와 증거위조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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