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취향에 맞는 독서 여정을 만들어 드립니다” 새로운 책서비스 리딩리딩

입력
2019.12.31 15:3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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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조민선 리딩리딩 대표 “이용자의 취향 파악해 리딩 맵 제시”

인터넷을 찾아보면 좋은 책 추천부터 독서 모임까지 다양한 책 관련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각자 맞는 서비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신생(스타트업) 기업 리딩리딩은 특별하다. 2019년 6월 ‘북 큐레이션 멤버십’ 서비스를 지향하며 출발한 이 곳은 인터넷으로 이용자의 독서 취향 시험을 거쳐 여기 맞는 책을 추천해 준다. 추천들을 모아서 연결하면 개인의 거대한 독서 여정을 지도로 만든 ‘리딩 맵’이 형성된다. 리딩 맵을 보면 개인의 취향에 맞는 독서 여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자에서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한 조민선 리딩리딩 대표는 "책을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창업했다"고 밝혔다. 리딩리딩 제공
기자에서 스타트업 사업가로 변신한 조민선 리딩리딩 대표는 "책을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창업했다"고 밝혔다. 리딩리딩 제공

◇한 눈에 볼 수 있는 독서 지도 제공

이 서비스를 만든 사람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조민선(38) 대표다. “기존 서점이나 도서관의 고루한 책 분류에서 벗어나 보려고 기획했어요.”

그래서 책 분류가 독특하다. 리딩리딩은 ‘뷰’, ‘소울’, ‘인사이트’, ‘릴레이션십’ ‘씽킹’ ‘테이스트’ 등 8개 분야에 걸쳐 책을 분류한다. 학술적 분류가 아닌 이용자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는 분류 방식이다.

이 분류에 맞춰 책을 추천하는 담당자인 ‘큐레이터’가 분야별로 따로 있다. 큐레이터는 조 대표가 직접 만나본 뒤 영입한다. KBS TV에서 낮 뉴스 앵커를 하는 남편도 한동안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기자, 번역가, 작가, 온라인 서점 관계자 등 15명이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도 직접 책 추천을 합니다. 큐레이터에게는 원고료를 지급해요.”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을 한 뒤 월 9,900원을 내면 시험을 거쳐 각자 독서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심리 전문가 등이 ‘애니어그램’이라는 심리분석 도구로 두 달 동안 9가지 독서 취향 시험을 만들었다. “이용자에게 맞춤형 책을 추천하려고 만든 시험이에요. 분석 결과가 비교적 정확해서 책 추천을 받은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큐레이터들은 이용자의 시험 결과에 맞춰 매달 8권의 책을 추천한다. 매달 8권만 읽으라는 것이 리딩리딩의 제안이다. “한 달에 8권 읽는 게 쉽지 않아요. 1주일에 두 권씩 읽어야 해요.”

큐레이터들이 분야별 추천서를 고르는 기준은 ‘밀도’와 리딩 맵이다. “우선 들어있는 내용이 알차야 합니다. 그리고 리딩 맵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해요.”

독서 지도인 리딩 맵은 리딩리딩이 다른 책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특징이다. “어떤 책에서 시작해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콘텐츠 지도가 리딩 맵이에요. 즉 책의 관계형 지도죠. 단순히 책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책 내용과 관련 있는 인물, 지명,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연결됩니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좋은 콘텐츠 안내가 될 수 있죠.” 리딩 맵을 만드는 작업은 이용자들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힘들다.

리딩리딩이 개발한 개인의 독서 여성을 보여주는 리딩 맵. 리딩리딩 제공
리딩리딩이 개발한 개인의 독서 여성을 보여주는 리딩 맵. 리딩리딩 제공

여기에 매주 소식지를 발송하고 월 1회 큐레이터가 주관하는 독서 모임을 개최한다. 독서 모임은 매달 발송된 8권 중에 한 권을 주제로 삼는다.

독서 모임과 별개로 3개월마다 책을 주제로 한 간담회(북토크)도 진행한다. 지난 12월10일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을 주제로 50여명이 참여한 북토크를, 20일에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북토크를 각각 진행했다. 이용자들은 독서 취향 시험을 거쳐 개인마다 적합한 책을 추천 받고 독서 모임과 간담회를 통해 자신만의 독서 여정을 완성하는 구조다.

이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추천하는 리딩리딩은 각종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이용자가 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를 기업에 맞춤형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우선 구글과 계약해 ‘엄마들을 위한 구글 캠퍼스’ 5기 회원들에게 일하는 여자들을 주제로 한 책들을 골라서 제공했다. “기업이 원하는 주제에 맞는 책을 추천하거나 북토크, 독서 모임 등을 진행할 수 있죠. 호텔들과 북캉스 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엄마들을 위한 북토크도 기획 중이에요.”

지난 12월 10일 일하는 여성들을 주제로 열린 리딩리딩 북토크 행사에 회원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리딩리딩 제공
지난 12월 10일 일하는 여성들을 주제로 열린 리딩리딩 북토크 행사에 회원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리딩리딩 제공

◇”책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요” 기자 출신의 사업 도전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조 대표는 2008년 경제신문 기자가 됐고 10년 동안 정치, 산업, 국제, 문화부를 돌며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다. “처음부터 기자 생활을 10년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10년으로 정한 것은 10년 일하면 그 분야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 때문이었어요.”

기자 생활을 접고 퇴사한 조 대표는 1년 반 동안 창업을 준비했다. 독서를 너무 좋아해 서점을 차릴 생각이었다. 사전 조사를 위해 출판사에서 두 달간 일하면서 그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서점을 포기했다.

방향 전환은 구글 덕분에 가능했다. 구글 캠퍼스에서 개최한 ‘엄마를 위한 스타트업’ 교실에서 창업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기존 독서 서비스들과 차별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리딩 맵을 차별화 요소로 잡아 창업했고 관련 비즈니스 특허(BM)를 등록했어요.”

요즘 조 대표는 디자이너와 일 얘기를 하는 잠꼬대를 할 만큼 사업에 빠져 있다. “기자시절보다 재미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반면 수익에 대한 고민이 가장 힘들어요.”

조 대표가 창업 때부터 일관되게 지향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사업을 시작했고 리딩 맵을 만들었어요. 앞으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할 겁니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 큐레이터와 회원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새해에 유명 작가와 아티스트 등을 큐레이터로 영입하기 위해 섭외를 하고 있어요. 2월부터 아이 교육과 자신의 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30,40대 일하는 여성들과 엄마들을 위한 회원제 서비스를 추가할 겁니다.”

음악과 철학을 다룬 책을 좋아하는 조 대표의 추천서는 메리언 울프가 쓴 ‘다시 책으로’(어크로스 출간)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책에 나와 있어요. 인간이 책을 읽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말에 공감이 가요. 분초 단위로 디지털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책 읽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사업 방향과 맞닿아 있는 책이에요.”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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