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해피 버스데이 투 툰베리(1.3)

입력
2020.01.0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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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웨덴 기후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7번째 생일이다. 2019년 11월 LA기후행진에 참가해 연설하는 툰베리. AP 연합뉴스.
오늘은 스웨덴 기후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17번째 생일이다. 2019년 11월 LA기후행진에 참가해 연설하는 툰베리. AP 연합뉴스.

인류가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재앙을 용케 모면해 22세기와 그 이후를 맞이하게 된다면, 그 인류는 20세기와 21세기 두 여성의 용기와 열정에 각별한 경의를 바쳐야 할 것이다. 한 명은 1992년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 연단에 서서 ‘전 세계 정상들을 약 5분간 침묵’시킨 당시 12세의 일본계 캐나다 여성 세번 스즈키(Severn Cullis-Suzuki, 1979~)이고, 또 한 명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회의 총회장에서 연설한, 16세 스웨덴 여성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2003.1.3~)다.

일본계 이민자 3세로 밴쿠버에서 태어난 스즈키는 유전학자 겸 환경운동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환경문제에 눈을 떴고, 초등학교 재학 중 ‘환경어린이기구(ECO)’라는 조직을 만들어 또래 아이들과 환경 문제를 공부하고 전파했다고 한다. 그는 경비를 모금해 몇몇 회원과 함께 92년 리우 회의에 참가했다. 발언권을 얻어 연단에 선 그는 “나는 오존층에 난 구멍 때문에 햇볕을 쬐기 두렵고, 공기 중에 어떤 화학물질이 섞여 있을지 몰라 숨쉬기도 무섭다”고, 겁먹기보다는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생태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뒤 지금도 환경 분야에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며 ‘국제지구헌장’ 이사로 재직 중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태생의 툰베리는 15세이던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서 혼자 ‘기후를 위한 등교 파업’을 시작했다. 스웨덴 262년 기상 관측 역사상 최악의 무더위와 들불 사태로 전국이 신음하던 해였다. 툰베리는, 정치인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을 성토하며 9월 9일 총선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결심을 실천했다. 툰베리의 학교 친구들이, 스웨덴의 많은 어린이들이,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과 수많은 세계 시민들이 연대와 지지의 뜻을 전하며 그의 시위에 동참했다. 그는 “내가 학교에서 어떤 문제를 겪게 되든 상관 없다. 나는 한 사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92년의 스즈키와 달리 2018년의 툰베리는 세계 주요 정치인들을 비롯, 책임과 권한을 지닌 수많은 이들이 어떻게든 반응하게 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고, 또 그만큼 그의 일상을 트집잡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들은 순도 100%의 환경 천사와 16세 여성 툰베리의 일상을 대비한다. 조만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숨도 쉬지 말라고 욱대길 기세다. 뒷말 하는 이들은 앞장선 이들이 감당하는 것들을 헤아리지 않는다. 모르기도 하겠지만 알려는 마음조차 없을지 모른다. 어쨌건, 해피 17th 버스데이 투 툰베리!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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