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설탕 축제(1,2)

입력
2020.01.0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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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새해는 11월부터 6주간 이어지는 '설탕 축제'의 절정, 카니발 데이(1월 2일)로 시작된다. stkittstourism.kn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새해는 11월부터 6주간 이어지는 '설탕 축제'의 절정, 카니발 데이(1월 2일)로 시작된다. stkittstourism.kn

세인트키츠네비스(Saint Kitts Nevis)는 카리브해와 대양을 나누는 담장이라 할 만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국토 면적이 가장 작은 섬나라다. 두 개의 주요 도서를 합친 면적이 261㎢로 경기 고양시(267㎢) 정도이고,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5만5,340명으로, 고양시(2018년 기준 약 104만명)와 비교가 안 되게 적다. 해양성 기후여서 한겨울에도 섭씨 23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고 한여름에도 29도를 넘는 예가 거의 없다. 해수 온도는 연중 27도 안팎이어서, 여름 허리케인만 없으면 연중 관광, 레포츠의 천국인 셈이다. 전체 국내총생산의 60%를 사탕수수 농업이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관광산업으로 거둔다. 1인당 GDP는 1만7,090달러(2017년 기준)로 2000년대 중반 한국 수준이지만, 재벌이 없고 빈부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어 숫자만으로 비교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세인트키츠네비스는 17세기 이래 줄곧 유럽 식민지로 지내다 19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서인도제도 대다수 나라들처럼 세인트키츠네비스도 유럽 설탕 공급지였다. 노동집약적인 사탕수수 재배ㆍ제당 산업을 위해 유럽 열강은 18세기에만 약 1,000만명의 아프리카인을 서인도제도에서 노예로 부렸다. 물론 세인트키츠네비스의 노예들은 연중 온후한 기후 덕에 서인도제도의 다른 지역 노예들보다는 사탕수수를 베고 짓이겨 즙을 짜고 끓이고 정제하는 모든 공정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런 까닭인지 세인트키츠네비스는 역설적으로 낙천적인 카리브해의 문화 및 기질 속에서도 가장 도드라지게 밝고 경쾌한 문화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들은 영연방의 가장 작은 가맹국이면서,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4일에 이르는 장장 6주의 가장 길고 질펀한 축제를 즐긴다. 새벽부터 밤까지 연일 칼립소 노래 경연과 무도 행렬, 죽마 퍼레이드 등이 수도 바스테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도시 인구를 감안하면 거의 주민 전부가 어떤 식으로든 축제에 가담하는 셈이다. 관광객도 성의만 보이면 무대 한편에 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축제를 크리스마스와 신년 축제가 아니라 ‘설탕 축제(Sugar-Mas)’라 부른다. 1월 2일은 국가 공휴일인 카니발 데이이자, 축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날이다. 그날 그해 모든 공연의 주인공이 될, 가장 뛰어난 칼립소 팀과 퍼레이드 극단이 뽑힌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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