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

입력
2019.12.24 04:40
29면
서울시가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서울시가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로 시달린다. 지난 4월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올해부터 계절관리제를 통해 동 기간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를 완전히 피해 가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고 또한 오랜 기간 미세먼지 문제를 연구해온 연구자로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참여 행동 권고안 중 보건용 마스크 착용기준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종전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국민행동요령에서는 초미세먼지가 나쁨(PM2.5 36 이상인 경우)일 때 누구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이것은 미세먼지 취약 계층을 기준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연령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권고함으로써 일상생활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성장과 발달을 위해 활발한 신체 활동이 꼭 필요함에도,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서 실제 운동량이 줄어들게 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WHO에서 발표한 청소년 신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6개국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운동량이 꼴찌로 나타났기 때문에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 행동 권고에서는 건강한 일반인과 어린이는 초미세먼지 50까지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현재 미세먼지 나쁨 등급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 50 수준이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와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한 대만에서, 초미세먼지 50 이하 정도에서는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건강상 위험보다 신체 활동을 함으로써 얻는 건강상 이득이 더 크다고 한 연구들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신체 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이러한 기준은 건강한 성인과 어린이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임산부, 어르신,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자, 그리고 천식ㆍ아토피ㆍ알레르기 등을 가진 어린이를 포함한 민감 계층의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초미세먼지 36 이상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과 취약 계층을 구분하여 각기 다른 기준으로 국민 참여 행동을 권고했지만, 이 역시 일률적인 권고가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배출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탈피하지 않는 한 쾌적한 대기 질을 확보할 때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때까지 잠정적으로나마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엄습하는 동절기 동안 국민행동 권고안이 조금이나마 그러한 노력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며, 우리 모두가 슬기롭게 대처하여 이번 겨울도 건강한 모습으로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홍윤철 국가기후환경회의 피해예방위원회 예방소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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