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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기준 시민권 적용… 세속주의 헌법정신 어긴 ‘반무슬림’ 정책
아삼주 등선 또 다른 반대 목소리… 이민증가, 인구구성 변화 우려
18일 인도 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교(JMU)’에서 한 학생이 정부가 추진 중인 시민권법(CAA)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 온 이주민들에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이지만, 유독 이슬람교인은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 사실상 ‘반(反)무슬림’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위자의 머리띠에 적힌 ‘NO NRC’라는 문구는 인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절차에 반대한다는 의미다. 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7일 인도 뉴델리 ‘인디아 게이트’ 주변에 운집한 시민들은 1949년 11월 26일 채택된 인도헌법 서문을 다함께 복창했다. “우리 인도인들은 인도가 사회주의와 세속주의에 기반한 민주공화제 주권국임을 분명히 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정의를 보장하며, 사상과 표현과 신앙 및 경배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날 시위는 최근 인도 곳곳으로 확산 중인 시민권법 개정안(CAA) 반대 집회의 연장선이었다. 시민들은 개정안이 인도의 세속주의 건국 이념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헌법 서문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온 CAA는 사실 지난 9일과 11일, 하원과 상원을 각각 통과하기 전부터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그런데도 의회 문턱을 넘자 항의의 물결은 더욱 격렬해졌고, 나라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학생들이 단연 선두에 섰다. 특히 무슬림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대인 델리 소재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교(JMU)’, 북부 우타프라데시주의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교(AMU)’는 이번 CAA에 대한 캠퍼스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5일 델리 경찰이 JMU 도서관 안에 최루탄을 터트리며 평화 시위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자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JMU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 민하주딘(26)은 경찰의 무력 침탈 과정에서 시력을 잃었다. 같은 날 AMU에선 더 강경한 진압이 행해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인도 언론 ‘아웃룩 인디아’는 AMU 기숙사에까지 쳐들어 온 경찰이 던진 취루탄에 맞은 한 학생이 결국 왼손을 절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18일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도서관마저 침탈한 경찰의 과잉무력 진압은 무슬림 대학이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마저 올라왔다.

17일 인도 델리 시내에서 시민권법 개정 반대 시위대가 최루탄을 쏘는 진압 경찰을 향해 깨진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의구심은 실제 설득력이 없지도 않다. CAA가 ‘반(反)무슬림’ 성격을 노골화했다는 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 CAA의 골자를 보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아 인도로 이주해 온 힌두교도, 시크교도, 불교도, 자인, 파르시, 기독교도 중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도착한 이들에겐 인도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 즉, 무슬림이 주류인 이웃국 3곳을 특정하면서도 그 나라 출신 비(非)무슬림에게만 인도 시민권 취득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州)를 중심으로 30년 가까이 인도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는 약 15만명가량의 스리랑카 출신 타밀족은 해당사항이 없다. 뿐만 아니라 현재 최소 3곳의 국제법정 심판대에 오른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범죄 혐의 국가인 미얀마에서 탈출한 후 인도에 체류 중인 4만명의 로힝야 무슬림 역시 ‘인도주의’로 포장된 CAA 적용 대상에선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부는 2017년 8월 ‘로힝야 강제 추방’을 공식 발표했고, 실제로 두어 차례 추방한 바도 있다. 게다가 ‘종교 때문에 박해가 행해지는’ 국가로 지목된 세 이슬람교 국가에는 ‘종파’를 이유로 박해받는 무슬림들도 있다. 파키스탄에서 이단 취급을 받아 온 아흐메디아 무슬림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들은 인도로 향한들 ‘무슬림 배제 원칙’ 때문에 보호도, 시민권도 받을 수 없다. 모디 정부 2기는 ‘반무슬림’과 ‘힌두 민족주의’이라는 두 어젠다를 한 인간의 존재 및 기본권과 연계된 제도를 통해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CAA와 관련, 언론에 좀체 부각되지 않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 있다. 시위 사태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동북부 아삼주에선 CAA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그 배경엔 다른 곳의 반대 목소리와는 다른, 지역 나름의 특수성이 있다. 아삼 주민들은 방글라데시 등 CAA가 지목한 세 나라가 아삼주, 나아가 인도 동북부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이주민 유입 현상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종국에는 아삼주의 선(先)주민(먼저 살던 사람) 문화는 물론, 지역의 인구 구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그들이 CAA 반대에 나선 근본적 이유인 것이다.

19일 인도 러크나우 지역에서 경찰이 시민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러크나우=로이터 연합뉴스

아삼주는 트리푸라ㆍ미조람ㆍ나가랜드 등 7개 주로 구성된 인도 동북부의 특수성을 잘 반영하는 대표적 지역이다. 미얀마의 북부와 서부, 방글라데시, 그리고 부탄 등과도 국경을 맞댄 만큼 ‘수많은 경계를 지닌 변방’이라는 얘기다. 인도 동북부와 미얀마의 수많은 무장반군들이 활동하는 이들 지역에선 월경과 이주 현상이 다른 여느 지역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아삼주 선주민들이 외지인 유입에 전통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이와 동시에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배경도 있다. 아삼주는 이미 수세기 동안 복합적인 종족 구성을 보여 온 곳이다. 따라서 ‘아삼인’이란 혈연이나 종족으로 획일화된 집단을 지칭한다기보단, 아삼 지역에 수백년간 거주하며 동화된 이들을 통칭한다. 예컨대 아삼주 카차르 구역의 경우는 ‘벵갈리어를 쓰는 아삼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1961년 아삼 주정부가 아삼어를 공식어로 지정하려 할 때, 카차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건 아삼주 자체가 얼마나 복잡한 내부 변수를 지닌 지역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 CAA 추진은 아삼주가 애초부터 갖고 있는 ‘외부 이민자 유입’에 대한 거부감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여기에다 ‘반무슬림‘이라는 구체적인 배제성까지 부여, 각 커뮤니티 사이를 적극 갈라놓기까지 했다. 이러한 수(手)의 위험성은 개정안에 대한 두 개의 각기 다른 반대 시위에서 모두 확인되고 있다.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무슬림 배제’를 노골화한 건 주로 아삼주 바깥 지역에 시위를 촉발한 요인이 됐다. 2억명에 달하는 인도 내 무슬림은 모디 정부의 ‘반무슬림’ 성격이 보다 뚜렷해진 CAA 사태를 계기로 존재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지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둘째, 아삼주의 반발은 ‘반무슬림’ 정책에 대한 항의를 넘어선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무슬림 배제 이슈에 앞서, 6개 커뮤니티에 대한 이주를 공식 승인하는 CAA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아삼주의 정체성과 인구 구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삼주는 이 문제로 이미 1970~80년대에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1979년 ‘아삼학생연합(AASU)’이 주도한 ‘아삼 운동’은 당시 신생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아삼주로 이주하는 이들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며 6년간 이어졌다. 그러다 1985년 8월 AASU와 인도 정부(인디라 간디 총리 행정부) 간 체결된 이른바 ‘아삼 협정’으로 종료됐는데, 해당 협정의 내용은 이렇다. 우선 1951~1971년 아삼으로 이주한 이들에겐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협정 6조는 “이민자에게 (귀화) 시민권을 부여하더라도 선주민에 대한 헌법적 보호막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이주민에게 투표권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으나, 복잡한 인구 구성을 보이는 아삼주의 성격상 그 기준은 늘 논란거리가 됐다. 현재 아삼인들은 CAA가 바로 이 ‘아삼 협정 6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19일 인도 콜카타 지역에서 정부의 시민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가면을 쓴 채 행진하면서 ‘시민권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콜카타=AP 연합뉴스

한편 이번 CAA 정국은 70년대 말 결성됐다가 2010년쯤부터 사실상 활동이 뜸해진 아삼 반군 조직들도 다시 불러오는 듯하다. 아삼주의 대표적 무장반군인 아삼연합해방전선(ULFA)은 그동안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독립파(ULFA-I)’와 ‘협상파(ULFA-Pro Talk)’로 분열돼 있었다. 그런데 ‘타임즈오브인디아’의 보도에 따르면, 협상파를 대표하는 인물인 지텐 두타가 지난 13일 인도 당국에 체포됐다. 올해 8월 5일 이후 지금까지 봉쇄돼 있는 잠무카슈미르주의 친(親)인도계 정치인들마저 모조리 가택연금에 처해져 있는 상황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독립파의 총사령관 파레슈 바루아가 지난 11일 지역 언론 ‘센티넬 아삼’ 보도에 등장했다. 그가 아삼 경찰에게 “CAA에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곤봉을 휘두르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다른 배경에서 비롯된, 두 축으로 전개되는 CAA 반대 운동은 그럼에도 하나의 공통분모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종교에 기반해 시민권자와 비(非)시민권자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선 두 진영 모두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5월 재집권에 성공한 모디 정부 2기는 CAA의 의회 통과에 앞서 지난 8월 아삼주에서 ‘시민등록(NRC)’이라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아삼주 거주민들은 ‘1971년 3월 24일 이전에 인도 정부가 발급한 공문’으로 자신의 조상이 그 전부터 거주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NRC 등록 절차 후, 아삼주에 사는 무슬림 190만명은 순식간에 이방인이 돼 버렸다. 존재가 말소되는 ‘참사’였다. 앰네스티는 “NRC 등록 절차 과정에서 문서상 이름의 철자 오류나 나이 착오 등 ‘사소한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된 이들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시민권을 잃은 190만명은 이제 인도 정부가 구제 차원으로 마련한 ‘인민법정’에서 시민권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실패할 경우, 그들은 지난해 8월 인도 내무부의 승인을 받아 아삼주 골파라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대형 구금 시설에 갇히게 된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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