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화염과 분노 회귀 안 돼” 트럼프에 공개 경고

입력
2019.12.20 08:04
수정
2019.12.21 00:5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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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원내대표 등 8명 “대북협상 실패 위기, 강경 대응은 오산” 공개 서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9일 미 의회 상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9일 미 의회 상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국면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이들은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비핵화의 한 단계로 포함시키는 외교적 대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딕 더빈 원내총무, 상임위 간사단 등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교착되고 실패 직전에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북한이 외교 및 비핵화 약속을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북미 간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지속 가능한 대북 협상을 위해 실행 가능한 외교적 과정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영구 금지를 보장하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지난 6개월 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대응조치 없이 용인했다고 지적했다.

서한에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 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이름도 거론됐다. 비건 대표가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진전 없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 중인 점을 언급하며 “너무 늦기 전에 진지한 외교적 플랜을 실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상원 지도부는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무기ㆍ미사일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동결하고 폐기하는 절차 △적절한 제재 지속 등 대북 압박 △강력한 억지 태세 ㆍ동맹 강화 △외교적 관여 강화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협정으로 가는 길을 제공할 남북 대화의 심화 등이 외교적 플랜에 포함돼야 한다고 썼다. 특히 “우리의 견해로는 영변 핵 시설과 그 외 핵 시설들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단계적 과정도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 필요한 지속 가능한 외교적 과정을 창출하는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지도부는 “‘화염과 분노’ 위협이나 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북한에 대한 핵 강압으로 돌아가는 것이 협상 테이블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면 심각한 오산”이라며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한 당국자들과의 약속에 대한 최신 정보와 앞으로의 외교 전략에 관한 행정부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등 군사옵션을 포함한 대북 강경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이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 차원의 의회 내 반대와 견제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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