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두 쪽 난 미국… 진영 갈등 불만 지폈다

입력
2019.12.19 19:02
수정
2019.12.19 2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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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3명 이탈 제외하면 의석수 대로 갈라진 투표 결과… 탄핵 찬반 여론조사도 반반 

 

미국 하원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18일 트럼프 대통렁이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맞불식 유세를 가지며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18일 트럼프 대통렁이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맞불식 유세를 가지며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18일(현지시간) 미국 정가와 민심 모두 완벽하게 두 쪽으로 갈렸다. 민주당 의원 3명의 이탈을 제외하면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 수대로 갈라진 탄핵 투표처럼 여론조사에서도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이번 탄핵 가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위나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보다 ‘트럼프 시대’에 극심해진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진영 간 증오ㆍ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저녁 워싱턴 의사당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 배틀크리크에서 맞불식 유세를 가진 장면은 두 쪽 난 미국의 현주소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권력남용으로 헌법을 유린했다며 탄핵을 강행한 데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역공을 펴며 진영 대립에 불을 지폈다. 그는 공화당 이탈표가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공화당이 지금처럼 단결한 적이 없다”고 지지층 결집도 자신했다. 탄핵 표결과 유세 현장이 TV로 동시에 생중계된 이 장면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인들은 자국의 정치가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를 선명하게 갈라진 스크린으로 보게 됐다”면서 “미국 정치의 분열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평가했다.

하원에서 10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인식은 극단적으로 충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안보를 희생한 ‘무도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고 공화당을 향해선 헌법적 책무를 버렸다고 공박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으로 정신을 잃었다고 맞불을 놓았다. 배리 라우더밀크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대하는 양측의 입장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민의 여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이날 공개한 탄핵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가 각각 48%였다. 공화당원 90%가 반대, 민주당원 83%가 찬성이라고 각각 응답해 지지 정당별로는 완전히 갈렸다. 같은 날 발표된 CNBC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반대가 45%, 찬성이 44%였다. 이는 탄핵 조사 초기 무렵부터 형성된 여론 지형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3개월간 진행된 탄핵 추진이 유권자들의 인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각 진영으로 갈라진 국민들이 당파적 미디어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하면서 되레 기존 인식의 강화로 귀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올라갔다”며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 효과로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탄핵 정국이 내년 대선과 맞물리면서 양 진영 간 세 대결은 더욱 격렬해지게 됐고, 미국 정치가 극심한 분열로 커다란 후유증을 안게 됐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은 “당파적인 탄핵이 이데올로기적 전투에 불만 지폈다”면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현대사학자인 존 루이스 개디스 예일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가 정치 전반의 시스템을 재고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새로운 비전이 시스템 외부에서 나와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인 듯 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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