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청소년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생각하여 온라인에서 더 거침없이 행동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않을 위험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물어 가는 2019년은 인터넷 탄생 50주년, www 탄생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4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인터넷은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 10여년간 이루어진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는 인터넷 활용의 공간적 시간적 범위를 확장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혁신의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청소년 세대는 그들의 부모세대에 비해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학습 등을 목적으로 콘텐츠 시청이나 정보 검색을 하는 단순한 수용자 역할을 넘어서 관심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등 적극적 참여자와 창의적 콘텐츠의 생산자로서 활동하면서 인터넷 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은 청소년에게 다양한 위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사이버 괴롭힘(사이버 불링), 성인음란물 접속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디지털 위험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청소년은 인터넷에서 다양한 형태의 성착취와 성학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익명성(Anonymity), 접근성(Accessbility), 비용적정성(Affordability) 등 흔히 트리플 A 엔진(Tripple A Engine)라고 불리는 인터넷 환경의 특성이 이러한 위험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인터넷 환경은 무엇보다도 성적 의도를 가진 성인에게 악용될 여지가 크다. 성적 의도를 가진 성인은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잠재적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청소년이 사이버공간에 올린 다양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의 취향에 따라 피해자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얼마든지 자신의 신원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자존감이 낮고,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 대면 관계를 기피했던 사람에게 매우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한편 생물학적 사회적 변화 과정에서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추구하며, 섹슈얼리티 및 성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청소년에게 인터넷 환경은 억제된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생각하여 온라인에서 더 거침없이 행동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않을 위험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SNS나 채팅앱에서 낯선 사람과 친구하기, 섹스팅(sexting), 웹캠 등을 이용한 음란채팅, 성인 음란물사이트 접속 등 성적 위험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위험한 성적 행동은 청소년이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 성매매 등과 같은 성착취 및 학대의 대상이 될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2019년 전국의 중고등학생 4만3,5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5.0%가 동의 없이 알몸이나 성기 사진, 음란물을 전송받은 적이 있으며, 2.6%가 온라인에서 성관계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 또한 1.7%가 성행위나 신체노출을 촬영하자고 또는 촬영해 보내 달라고 요구받은 적이 있고, 1.4%가 불법 촬영된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이 온라인이나 채팅방에서 유포 및 재유포 된 적(불법영상 유포)이 있으며, 1.3%가 동의 없이 신체 일부가 촬영된 적(불법촬영)이 있고, 0.6%가 자신의 신체 또는 성행위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아본 적(몸캠피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 또는 자위행위를 촬영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온라인에 게시한 적(섹스팅)이 있는 청소년은 0.4%였다. 이는 국내 최초로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나온 결과로 온라인 기반 성착취와 성학대의 위험이 가출 청소년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취약한 집단에서 일반 재학 청소년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고, 이는 인터넷 사용과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된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인터넷 환경이 주는 기회와 권리를 누리면서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과 제도에 의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경험적 자료를 축적하고 이러한 증거에 기반하여 다양한 정책 대안을 강구해 온 유럽 국가에서 무엇보다도 예방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방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모바일 미디어 환경과 청소년의 온라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자녀나 학생이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그들이 어떤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만 개입과 감독 등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터넷 안전교육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토론형, 체험형 방식으로 진행하여 실질적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