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경심 추가기소… ‘한 사건 두 재판’ 이례적

입력
2019.12.18 18:02
수정
2019.12.18 19: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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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부분을 추가 기소하면서,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공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검찰은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18일 검찰이 정 교수를 추가기소한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2013년 6월 자택에서 딸 조모씨와 함께 서울대에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양대 총장 직인 이미지를 캡처 후 붙여 넣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9월6일 같은 혐의로 정 교수를 기소했을 때는 ‘2012년 9월 동양대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과 함께 유명대학에 진학을 목적으로 동양대 총장 직인을 임의 날인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위조 시점 △범행 장소 △위조 방법 △공범 △위조 목적 등이 달라진 것이다.

검찰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라는 위조 대상이 바뀌지 않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다섯 가지 모두가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소장 변경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사문서위조 사건은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검찰은 추가기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위조를 입증해야 위조된 문서를 대학에 제출하고, 입학사정업무를 방해한 사건(11월11일 2차 기소)을 입증할 수 있다”며 “추가기소 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중기소라는 지적에는 “법원이 별개 사건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이중’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공소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는 “별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소권을 남용한 후 그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문서에 대해 별도 기소하는 것”이라며 “공소기각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첫 번째 기소를 조 전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날인 9월6일에 맞춰 제기한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으로는 문서 위조가 틀림없는 상황에서 표창장 기재 날짜(2012년 9월7일) 이상으로 알기 어려웠고, 그날로 추정하고 보니 공소시효(7년)가 임박해 기소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공소가 이뤄지면서 재판은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 법원이 같은 피고인 사건을 ‘관련 사건’으로 묶어 하나의 재판부에 배당하는 만큼, 추가기소 된 사건도 기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앞서 기소한 사건을 공소취소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한 개 재판부가 서로 같을 지도, 다를 지도 모르는 사건을 한 번에 심리하게 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면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례적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0월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0월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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