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바깡쎄오

입력
2019.12.23 04:40
29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이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우승했다. 포토아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이 10일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우승했다. 포토아이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안게임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려놓은 날 베트남 국민들은 박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베트남의 영웅으로 칭송하였다.

그런데 베트남 국민들은 박 감독의 이름을 ‘바깡쎄오’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ㅓ’ 모음을 ‘eo’로 적는 규칙에 따라 로마자 표기를 ‘Park, Hangseo’로 하였는데, 베트남 국민들은 ‘eo’를 단모음 ‘어’로 읽지 않고 ‘에오’로 읽기 때문이다.

이는 1981년 IOC 총회에서 사마란치 위원장이 88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Seoul’을 ‘쎄울’이라고 발음한 것과 같은 경우인데, ‘Seoul’의 ‘eo’를 ‘어’로 읽지 않고 ‘e’를 ‘에’로 읽은 다음 ‘o’와 ‘u’를 붙여 ‘우’라고 발음한 것이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ㅓ’를 ‘eo’로 적게 된 이유는 ‘ㅓ’와 음가가 일치하는 로마자 모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로마자 모음 ‘a’ ‘e’ ‘i’ ‘o’ ‘u’의 글자 두 개를 이어서 적는 방법을 선택하여 ‘ㅓ’는 ‘eo’로, ‘ㅡ’는 ‘eu’로, ‘ㅐ’는 ‘ae’로, ‘ㅚ’는 ‘oe’로, ‘ㅢ’는 ‘ui’로 적게 되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로마자 모음 두 글자를 붙여 단모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각각 따로 발음하면서 원래의 국어 음가와 다르게 발음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eau’를 [o]로 발음하고 ‘eu’를 [ø]로 발음하는 것처럼 한국어에서는 ‘eo’를 [ə]로 발음한다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eo’를 [ə]로 발음한다는 것을 알려야 비로소 ‘Park, Hangseo’를 ‘바깡써’로 발음하게 될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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