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탕산 대지진 43년 지났는데 여진이라니

입력
2019.12.22 10:00
수정
2019.12.22 18: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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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우려 수준 아냐” 불안감 해소 주력… 지진경보시스템 부각시켜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 '지진기념공원' 입구.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수십만명이 숨져 20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평가받는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아로새긴 곳이다. 지진이 발생한 시각인 '1976년 7월 28일 3시 42분 53초'가 조형물에 새겨져 있다. 탕산시 홈페이지 캡처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 '지진기념공원' 입구.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수십만명이 숨져 20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평가받는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아로새긴 곳이다. 지진이 발생한 시각인 '1976년 7월 28일 3시 42분 53초'가 조형물에 새겨져 있다. 탕산시 홈페이지 캡처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은 20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전 세계인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된 곳이다. 1976년 7월 28일 규모 7.8의 대지진이 엄습해 24만여명(공식 통계)이 숨졌다. 비공식적으로는 사망자 수가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8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5일 탕산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전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인명피해도 없으며, 중국 전역에서 매달 두 번 꼴로 지진이 감지되는 터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이 “43년 전 대지진의 여진(餘震)”이라고 발표하면서 여론이 술렁였다. 당시의 끔찍한 기억이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다.

4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여진이라니…. 중국지진네트워크센터(CENC)가 적극 나섰다. 장하이쿤(蔣海昆) 주임은 인터뷰에서 “여진은 100년간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탕산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지진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탕산은 환태평양지진대에 위치한데다 대지진으로 축적된 응력이 해소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지진을 유발할 에너지가 아직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탕산은 중국에서 티베트고원 북쪽 칭짱(靑藏)고원 다음으로 지진이 잦다. 대지진 이듬해인 1977년 5월 규모 6.2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규모 5~6의 강진이 반복되다 1995년 10월 이후에야 지진 규모가 5 아래로 떨어졌다. 여진은 2, 3년마다 찾아와 2016년에도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했다. 장 주임은 “앞으로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대지진의 여진이기는 하나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탕산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국적으로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 애썼다. 국가지진국은 탕산 지진 다음날 웨이보에 ‘어느 지역에 지진이 빈번한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규모 4 이상 지진의 발생 빈도를 지역별로 비교하며 “올해 규모 5가 넘는 강진이 6차례나 발생했다”면서 “지진 피해를 줄이는 건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중국 지진경보시스템의 강점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CENC는 “이번 지진의 충격파가 지표면에 도달하기 앞서 탕산에서는 2초, 인근 톈진(天津)에서는 11초 전에 경보를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TV 자막 등을 통해 알렸다”고 밝혔다. 1초가 아쉬운 급박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대처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 “진앙으로부터 220만㎢ 범위 안에서 6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프라를 뽐냈다. 아울러 중국은 이 같은 기술력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주변국인 네팔, 인도네시아는 물론 필리핀, 미얀마, 파키스탄 등지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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