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대사, 식민지 총독” 일제 빗대며 항미 결속 다지는 北

입력
2019.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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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3일 최근 ‘종북 좌파’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일제 강점기 총독에 빗대며 맹비난했다. 대미 협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항미(抗美)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외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분노를 자아내는 현지 총독의 날강도적 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남한) 주재 미국대사라는 것은 남조선을 예속의 올가미에 얽어매 놓고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 등 모든 면에서 미국 이익에 철저히 복종하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실상 현지 총독”이라고 비판했다. 9월 해리스 대사가 여야 의원 10명을 만나 한,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종북 좌파가 많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매체는 또 해리스 대사가 최근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수 차례 주장한 사실을 짚으며 “해리스의 이번 발언은 남조선을 한갓 식민지로, 남조선 당국을 저들의 하수인으로밖에 보지 않는 미국의 오만무례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미국이 무서워 남조선 당국은 북남선언 이행에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가 하면 큰소리쳤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 결정도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도 했다.

북한이 해리스 대사를 식민지 총독에 빗댄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군마를 타고 군 간부들을 대동한 채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일제 강점기 ‘항일 빨치산’ 활동을 이끈 김일성 주석처럼 포장했다. 대북 제재 등으로 자기들을 압박하는 미국을 과거 강점기 일제와 동일시하면서 내핍과 자력갱생의 당위성을 주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우리민족끼리는 한국 정부도 강하게 비판했다. 매체는 이날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는 격’ 제하 글에서 “외교백서에서 남조선 당국은 저들의 주도적 노력으로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된 것처럼 사실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외교부는 문재인 정부 2년차인 2018년 한국 외교 정책 및 활동을 돌아보는 ‘외교백서’를 발간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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