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세계는 넓고…” 대우정신 남기고 영면하다

입력
2019.12.12 10:46
수정
2019.12.12 19:10
27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

고인 육성 담아 20분 영상 상영

“창조ㆍ도전… 후대의 주춧돌” 추모

충남 태안군 모친 선영에 안장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발인이 엄수된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유족들이 운구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발인이 엄수된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유족들이 운구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 국민 20% 정도가 해외로 나가서 일을 해도 부족하다.”

‘세계경영’을 외쳤던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017년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남긴 말이다. 이 말은 12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김 전 회장 영결식에서 그의 육성으로 울려 퍼졌다. 유가족, 전 대우맨들을 비롯한 500여명의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훌쩍이며 김 전 회장의 생전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 9일 별세한 김 전 회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유가족 중심 장례 미사로 시작됐다. 장례 미사 후에는 오전 8시부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영결식이 진행됐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20여분의 영상에서는 존 레논의 ‘이매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전 회장의 그룹 창립 기념사,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이 공개됐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이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류종은 기자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이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류종은 기자

영상 속 김 전 회장은 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소유보다 성취를 추구하는 발전적인 자세로 국민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라며 “사회의 그늘진 곳일수록 우리는 더 따뜻한 가슴으로 포용해 왔으며 미래를 위해 기초를 닦고 실력을 배양해야 할 곳마다 우리는 관심과 배려를 그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아마 2000년대쯤 되면 제조 업체가 600개. 지사 연구소와 판매장, 건설 현장 등 합쳐 대략 세계 전체에 1,000개의 거점이 생기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현재 우리 고용한 외국인 약 12만명인데, 2000년대쯤을 계산해보니 25만명 정도 해외 고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대우의 사훈인 ‘창조’, ‘도전’, ‘희생’ 이 세 가지에는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며 “뜻을 함께 하며 한몸처럼 활동했던 여러분은 언제나 대우의 주인공이다.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며 우리는 명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어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이 조사를,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고인이 세례를 받은 천주교 성당의 이동익 신부가 추도사를 했다.

장 회장은 울먹이며 “존경하는 김우중 회장님, 마지막으로 불러봅니다”라며 “회장님께서는 위대한 삶을 사셨습니다. 전 국민이 기억하고, 인생의 선배로 삼을 겁니다. 회장님께서는 신화를 쓰셨습니다”고 했다.

손 전 부회장은 “지난 월요일 마지막으로 회장님을 찾아뵀을 때, 말씀은 못하셨지만 ‘찾아와줘서 고맙네, 내가 이루려고 했던 세계경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네. 후배들이 그 꿈을 이뤄주길 바라네’라고 눈빛으로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며 “당신의 신화이자 우리 젊은이의 우상이고, 영웅이셨습니다”고 전했다.

영결식 후 운구 차량은 아주대 본관을 돌고 떠났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선영이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3일간 이어진 김 전 회장의 장례에는 1만여명의 조문객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수원=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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