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하수’ 강금실 ‘고수’ 추미애

입력
2019.12.11 18:00
수정
2019.12.12 07:36
30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축하 인사를 하는 동료 이석현 의원에게 재미있는 포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축하 인사를 하는 동료 이석현 의원에게 재미있는 포즈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은 취임 100일을 맞아 전국 검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검사는 삶의 한 극점에 이른 ‘순결성’을 지닌 직업인” “철저히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법률가의 세계관을 유지하는 검사” 등 찬사 일색의 편지는 ‘검찰 개혁’을 바라는 다수의 기대를 실망감으로 바꿨다. 일부 검사들은 “사춘기 소녀가 쓴 듯한 감상적 연애편지”라고 말했다. 결국 강 장관은 판사 출신 여성 장관이라는 상징적 효과만 남기고 아무 성과 없이 1년 반 만에 전격 교체됐다.

□ 그를 장관으로 추천한 이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다.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장관 발탁을 염두에 두고 추천했으나 노 대통령이 “이왕이면 과감하게 법무부 쪽을 맡기자”고 해 깜짝 놀랐다고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 썼다. 노 대통령도 걱정이 됐는지 강 변호사를 직접 만났는데 본인이 “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는 당시 문 대통령의 ‘실패’ 경험이 반영된 듯하다. 같은 여성 장관에 검찰 개혁이라는 화두가 닮은 꼴이지만 노리는 포석은 반대다.

□ 문 대통령과 추 의원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추 의원은 2016년 ‘친문 세력’의 전폭적 지지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대선 정국에서 갈등을 빚었고, 대선 승리 후엔 국무위원 인사 추천권을 놓고 청와대와 대립했다. 소신이 강하고 고집이 센 성격도 문 대통령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추 의원을 발탁한 것은 ‘윤석열 검찰’의 대항마로 적격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질과 성향이 비슷해 윤석열의 ‘천적’이라고 본 것이다. 추 의원은 “판사 출신에 당 대표를 역임한 5선 ‘거물’이 무슨 장관으로 가느냐”며 한때 주저했지만 소임을 완수하면 대선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말에 설득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 검찰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국보다 더 세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 추 후보자는 윤 총장과의 관계에 대해 “서로 모르는 사이” “신경쓰지 않는다” “헌법과 법률에 의한 기관 간 관계”라고 거리를 뒀다. 내공과 관록이 묻어나는 말에 청와대는 반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지명 다음날 축하 전화를 걸었다. 법조계에서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고수론(高手論)’까지 나돈다. 판단은 이르지만 강금실은 ‘아마추어’, 추미애는 ‘프로’가 아닌가 싶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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