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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10일 마무리됐다. 예산결산, 국정감사, 법안 심사, 예산안 처리까지 100일간의 대장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이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 속에 통과되는 등 마지막까지 극심한 정쟁으로 얼룩졌다.

9일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한 한국당이 한발 물러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하고,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정기국회 내 상정을 보류키로 하면서 꽉 막힌 정국에 숨통이 트이는듯 보였다. 하지만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는 예산안이 합의돼야 철회한다”고 조건을 내걸면서 상황이 꼬였다. 전날 오후부터 협상 테이블에 다시 모인 여야 3당 교섭단체 예결특위 간사들은 그나마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여파로 오전 열린 본회의에선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청해ᆞ아크부대 파병 동의안 등 고작 16개 안건만 통과됐다.

오후 들어 계속된 최종 담판이 끝내 결렬되자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는 오후 9시쯤 정부 원안인 513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을 삭감한 512조3,000억원 규모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고, 한국당은 날치기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20대 국회는 이미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상태다.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60여명의 한국당 의원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됐고, 소속 의원 삭발과 당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 등 극한 투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됐다.

문제는 개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료되고, 다음 회기에서 법안을 표결할 수 있다”며 미니 임시국회를 반복해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태세고, 한국당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수정안을 대거 제출해 표결을 미루는 극한 전략도 검토 중이다. 연말 내내 국회가 ‘하루살이’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코미디 같은 대치 정국이 이어질 판이다. 이런 국회로 내년 총선에서 표를 달라니 여야는 부끄럽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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