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협조 경고한 재판부 “정경심 보석 청구도 검토”

입력
2019.12.10 15:11
수정
2019.12.1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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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 차량으로 향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지난 10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 차량으로 향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검찰이 변호인 측의 증거 확보에 계속 비협조로 일관하는 경우, 정 교수를 보석(보증금 납부를 전제로 구속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으로 풀어줄 수도 있음을 밝혔다.

검찰이 지금껏 냈던 두 번의 공소장에서의 핵심 내용 차이에 대해 재판부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경우, 실제 이 재판은 검찰에 매우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9일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추가 기소된 사건의 공소장에서 공범, 일시, 장소, 방법, 범행 목적 다섯 가지 모두가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장 변경 내용. 그래픽=박구원 기자
검찰 공소장 변경 내용. 그래픽=박구원 기자

검찰은 9월 첫 기소 당시 위조시점을 2012년 9월 7일이라고 기재했지만 지난달 11일 추가 기소를 하며 2013년 6월로 바꾸었다. 범행 장소는 ‘동양대’에서 ‘정 교수 주거지’로, 위조 방법은 ‘총장 직인 임의 날인’에서 ‘캡처한 직인이미지를 파일에 붙여 넣은 것’으로 변경됐다. 공범은 ‘불상자’에서 ‘정 교수의 딸’로, 위조 목적은 ‘유명대학 진학’에서 ‘서울대 제출’로 바뀌었다.

재판부가 “변경 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고, 검찰이 “지금 추가 증거목록을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재판부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기존 증거목록과 공소사실의 관계를 두고서도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서 논쟁이 오갔다.

결국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 때 신청 못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 기습적으로 증거 제출할 경우 기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어 추가 제출 증거를 다루기로 했다.

재판부가 계속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다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은 추가 기소된 입시비리 사건과 별도로 진행된다. 검찰은 1차 기소(표창장 위조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시 낼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부가 이를 쉽게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없이 심리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가 나올 수도 있다.

보석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아직도 변호인 측이 후속 사건의 증거 기록을 복사하고 있다고 하자, 재판부는 검찰의 비협조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이런 식으로 하염없이 지나가면 어쩔 수 없이 정 교수의 보석 청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검찰 측에 경고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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