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일자리 잃는 노동자 보호가 먼저” 한국에 대한 EU의 조언

입력
2019.12.1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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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우 트라트코브스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 미디어 사무관이 EU집행위원회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고경석 기자
미하우 트라트코브스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 미디어 사무관이 EU집행위원회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뤼셀=고경석 기자

“유럽연합(EU)은 2050년이면 화석연료 사용을 0으로 줄이는 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본다. 현재 포르투갈은 재생에너지만으로 사흘을 버틸 수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30~40%에 이른다.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이 남아있을 순 있지만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달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미하우 트라트코브스키 EU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 미디어 담당 사무관의 목소리엔 확신이 가득했다. EU의 ‘2050년 탄소 제로(0)’ 목표 달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이 어려운 나라가 있더라도 2050년이면 유럽 전체가 하나의 에너지 집단이 돼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고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튿날 만난 엘리나 바드람 EU 집행위원회 기후총국 미디어국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드람 국장은 “현재 EU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가 에너지 정책에 투자되고 있는데 매년 2.8%가량 투자하게 되면 탄소 제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U는 지난해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2%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국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EU의 목표와 각자 실현 가능한 목표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드람 국장은 “EU 국가마다 경제적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각 정부와 환경ㆍ산업ㆍ농업ㆍ수송 등 다양한 분야의 관련 공무원,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나라별 목표를 정한다”며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지원도 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자체 예산에 EU 예산을 더해 환경 정책을 추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 구조 개편과 에너지 시장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트라트코브스키 사무관은 “유럽에서도 에너지 전환은 신중하게 천천히 이뤄지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다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드람 국장도 “노동자들에 기술 교육 기회를 마련해주고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국가 간에 힘을 모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셀=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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