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적 초라한 홍남기號 1년, ‘민간의 경제하려는 동기’ 살려야

입력
2019.12.10 04:40
31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일 오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일 오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취임 1년을 맞는다. 홍남기호(號) 1년의 평가는“청와대 경제팀과의 불협화음은 줄었지만, 존재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한 평가는 1년 간 악화한 각종 경제지표와 무관치 않다. 홍 부총리는 1년 전 2019년 성장률 목표치를 2.6~2.7%로 제시했지만 2.0% 달성도 벅차 보인다. 특히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홍 부총리가 취임한 지난해 12월부터 올 11월까지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고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요인 영향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제부총리의 책임이 줄어들진 않는다.

홍 부총리는 1년 전 취임사에서 밝힌 다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홍 부총리는 당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마주쳤던 3가지 벽을 허물겠다”며 “첫째, 경제불안 심리의 벽을 허물고(…), 민간의 경제하려는 동기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수출 부진이 내수를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생산ㆍ투자를 감소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뚜렷해지면서 투자ㆍ생산ㆍ소비가 동반 하락해 민간의 경제하려는 동기는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규제개혁 등으로 혁신을 촉진하고 투자심리를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두 번째 벽인 ‘이해관계 조정의 벽’을 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정책이나 ‘타다 금지법’ 처리 과정 등을 보면 홍 부총리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현안에 조정력을 발휘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두 가지 벽을 허물지 못하니 세 번째 벽인 ‘정책 성과에 대한 불신의 벽’도 자꾸 높아지는 것이다.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그 해결책은 “성과로 말하고 성과로 승부를 내야”하는 것뿐이다.

홍 부총리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고사성어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거문고의 줄을 풀어 다시 고쳐 매다는 뜻으로, 긴장을 높여 심기일전하면서 경제ᆞ사회ᆞ정치적 제도개혁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해 주는 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취임사를 되새기는 것으로 임기 2년 차를 시작하기 바란다. 경제 회생을 위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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