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가짜 구매후기 판별법

입력
2019.12.0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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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직전인 지난달 2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대형 TV를 구입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블랙프라이데이 직전인 지난달 2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대형 TV를 구입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 카테고리 중 하나는 제품 리뷰다. 주로 신형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은 ‘먹방’ 못지않게 많은 구독자 숫자와 영상 조회수를 기록한다. 관심 가는 상품을 먼저 써본 사람의 평가를 듣고 싶은 것은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다. 그러니 좋은 구매평을 널리 알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구매 후기나 상품평을 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구매후기에 대한 수요가 크고, 더 많고 좋은 상품평이 제품 판매와 직결되다 보니 판매자가 이를 조작하려는 사례가 자꾸 생겨난다는 점이다. 몇 년 전 경찰은 130만개의 가짜ㆍ도용 ID를 이용해 거짓 상품 후기나 댓글 단 사람들을 약 30명 붙잡은 적이 있었다. 가짜 계정을 만드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해 가짜 후기 등을 작성하는 사람들, 돈을 주고 이런 후기 작업을 부탁하는 업체가 합작한 ‘바이럴 마케팅’ 사기였다.

□국내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 NHK 보도를 보면 상품 후기 작성자 모집 업자의 의뢰를 받고 일본아마존에 가짜 구매 후기를 써본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SNS에서 안 업자 의뢰로 직접 상품을 주문한 뒤 별 4, 5개의 구매 후기를 올리면 상품평 건당 수천원 정도의 수고료와 함께 상품 대금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되는 방식이다. 구입한 상품은 중고시장에 처분하면 후기 작성자에게 적지 않은 수입이 된다. 이런 부업으로 매달 2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가짜로 들통나지 않는 상품평 작성법을 담은 파일이 30만원에 거래될 정도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가짜 상품평을 걸러내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야바위 체크’ ‘와이즈 리뷰’ 같은 곳이다. 이 사이트들은 구매 후기의 날짜별 증감이 큰 경우 동원된 후기 작성이 아닌지 의심한다. 거의 같은 문장이 다른 계정으로 올라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색한 문장은 해외에서 자동번역기를 돌려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야바위 체크’가 약 3개월간 10만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가짜로 의심되는 후기가 달린 상품은 16% 정도였다고 한다. 갖은 할인행사 등 지름신이 강림하는 연말연시인 만큼 상품평 살피는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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