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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영(왼쪽)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9월 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노사의 임단협 조인식에서 하언태(오른쪽) 부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고백했다. 연봉 9,000만원이 넘는 사업장을 만들기는 했지만 부자 되기 노동운동 끝에 결국 국민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최근 산별노조가 늘고는 있지만 한국 노사관계의 기본은 기업별 체제다. 기업별 노사관계는 근로자의 분배적 욕구에 대응하는 책임을 기업 안에서 감당한다는 전제가 있고 이를 사회화시키려는 노력은 최소화된다.

그러나 87년 이후 대기업 위주의 임금인상과 대기업 부문만의 고립된 노동운동의 결과, 대기업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 노선 전략은 부재하고 실리적 투쟁 관성이 정착됐다. 동시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 보호가 더 열악해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심화로 귀착됐다.

대기업 부문은 노조조직률이 높고 강성 노조가 많아 노조가 기피하는 작업장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대신 외주하청ᆞ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의 외부화와 생산 설비 자동화 등 노동 절약적 투자에 집중했다. 중소기업ᆞ하도급ᆞ비정규직 등은 노조조직률이 낮아 내부 단결력도 취약하며 대기업ᆞ정규직의 독과점 담합 비용 전가, 사용자의 권위주의적 경영 등으로 경쟁력이 매우 부족한 열악한 노동시장이 됐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로 인한 구조적 취약성과 최근의 경기 후퇴로 인해 청년 실업자,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들로 이루어지는 주변부 노동시장에서는 삶의 기본조건을 요구하는 사회적 투쟁 양태가 강화되고 있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차 노동시장의 노동운동은 이에 대한 편들기식 구호는 나오지만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는 내부적 실리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혼선을 빚고 있다.

결국 정의롭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일차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우리의 노사관계는 분배 정의 구현 차원에서 기능해왔다. 그 결과 일차 노동시장에서는 임금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졌고 단체교섭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노조와의 단체교섭과 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한 외주화와 비정규직 사용이 늘어났고 노조 입장에서는 사회 전체적인 분배 정의보다 소수 노조의 자기 기득권 챙기기가 중요해졌다. 이익은 전유하고 비용은 전가하는 담합적인 노사관계가 된 것이다.

과거 역대 정부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었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은 정부마다 방점은 달리 찍었지만 공통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가지고서는 사회 통합도 경쟁력 강화도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해고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안,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하는 방안, 원ᆞ하청 간의 격차 축소 방안 등이 많이 다루어졌다.

그런데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조의 입장에선 노동시장 개혁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볼 것은 적고 양보할 사안들이 많으니 이를 적극 저지하거나 외곽을 돌면서 변죽만 울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기에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과연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얼마나 노조로부터 수용성이 있을까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취약한 여건과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반드시 개혁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중요한 카드를 노조에 선물하고 개혁에 동참시켜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기업별 노조체제가 아닌 산별 노조체제를 만들겠다는 노동운동에 기업이나 정부가 호응을 해주는 것이다. 원ᆞ하청 간, 기업 간, 직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의 산별교섭이라면 당당히 응해주어야 한다. 노동 존중 사회가 말하는 노조 할 권리와 공정경제가 말하는 격차 축소는 보다 긴밀하게 결합돼 작동돼야 한다. 사회적 대화도 지지부진한 형국이라 산별 노사관계의 혁신에 기대를 해본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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