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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21톤 돌려주면서 촉발돼 
석동현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소청 등 조항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울산광역시장 선거에 대해 선거무효 소송 제기 의사를 밝힌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 오대근기자

울산경찰청(당시 청장 황운하)이 지방선거가 임박한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하명수사란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에서 대표적 수사권독립론자인 황운하 청장이 울산으로 부임하면서 검찰과 대립한 사건으로 관심을 증폭시켰었다.

특히 지난해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부하 직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수사 상황 등을 점검했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 측이 “고래고기 사건을 놓고 검·경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서 부처간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없을까 해서 내려갔다”고 밝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은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5월 25일 울산경찰은 소위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 검거’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칙적으로 조업이 전면금지된 고래고기는 한 마리당 수천만원에서 1억원 까지 거래돼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울산중부서는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 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육상 운반책과 식당업주 등 2명을 구속하고 현장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40억원어치의 밍크고래 27톤(밍크고래 40마리 상당)을 압수했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면서 사건을 송치받아 지휘한 울산지검이 당시 포경업자들에게 고래고기 27톤 중 일부인 21톤을 돌려줬다고 환경단체가 폭로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9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업자에게 고래고기를 환부(돌려줌)했다”며 “이 사건 담당 검사는 고래고기의 불법 여부가 바로 입증되지 않았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는 이유로 일단 업자들에게 압수한 고래고기를 환부했다고 한다”며 덧붙였다.

이 단체는 “불법을 근절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줘 21톤의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30억원 상당의 이익을 올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지검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울산경찰청에 제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지휘로 해당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는 검찰개혁과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있던 때라 울산경찰의 검찰 수사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27톤 가운데 불법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6톤뿐이고 나머지는 불법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기소하지 못해 반환 조치한 것”이라며 “고래 DNA 분석 결과를 기다리려 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고래연구소 측의 답변을 듣고 종결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 수사에서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업자가 선임한 변호사가 검사 출신이고 업자가 이 변호사에게 수임료 등으로 거액을 건넨 정황, 고래고기 21톤을 돌려받은 시점에 업자의 계좌에서 수억원이 빠져나간 정황을 확보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해당 변호사의 사무실과 주거지, 계좌, 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검찰이 사무실과 주거지는 기각하고 계좌와 통신의 압수수색 영장만 울산지법에 청구했고 이마저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2017년 12월에는 수임료만 2억원을 수수한 검찰 출신 업자 변호사는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가 그날 돌아가 버리기도 했으며 고래고기를 돌려준 담당 검사도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로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버린 탓도 컸다. 이 과정에서 검ㆍ경은 성명 등을 통해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후 이 사건을 수사를 지휘하던 황운하 울산청장이 지난해 말 대전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렇다 할 결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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