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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서도 근무한 ‘미국통’ 신임 주한 대사 부임
장인 미시마 유키오 관련 우려 나오지만… “한국 노래 즐겨”
3일 부임한 도미타 고지 신임 주한 일본대사. 도쿄=교도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죠. 외교부가 초치(招致)를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곤 하는 ‘주한 일본대사’ 인데요. 주한 일본대사는 외교적 마찰이 잦은 양국의 특성 상 한국 내 외교관 중 초치를 가장 많이 당하는 등 업무 강도가 어마어마한 자리라고 합니다.

실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는 한일 수출규제 이슈가 컸던 지난 8월에만 무려 세 번이나 초치를 당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양국 관계가 살얼음 판을 걷는 가운데 임기를 마친 나가미네 대사의 뒤를 이을 새 주한 일본대사의 부임 소식이 3일 전해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과 정무공사로 근무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신임 대사인데요. 외무성 북미국장이라는 요직을 지내는 등 미국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죠.

사실 도미타 대사는 내정 당시부터 썩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습니다. 외무성 관료 중 ‘2인자’에 해당하는 외무심의관을 지낸 뒤 한국 대사로 취임한 전임자 나가미네 대사나 벳쇼 고로(別所 浩郞) 대사와 달리 외무심의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 악화 등을 고려해 한국 대사의 격을 의도적으로 약간 떨어뜨렸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어요. 또 강경 노선을 걷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보좌역으로 활동한 측근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극우 소설가로 꼽히는 미시마 유키오의 생전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 본인보다 유명한 그의 ‘장인’을 두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도미타 대사의 장인은 ‘금각사’로 알려진 극우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ㆍ平岡公威)인데요. 그는 스스로 자위대에 입대하고, 일왕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겠다며 민병대 성격의 다테노카이(楯の會ㆍ방패회)를 결성했던 인물이죠. 탐미주의 소설로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됐으나 우익사상에 경도된 끝에 1970년 11월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했습니다. 일본에선 그의 죽음의 영향으로 ‘신(新) 우익’이 등장하기도 했다네요.

반면 도미타 대사가 우리나라 정세에 비교적 밝은 편이라는 점을 들어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그를 두고 “차분하고 사려 깊은 성품으로 주한 정무공사 당시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았지만 한국 노래를 좋아해 운동하면서도 자주 들었다”며 “한국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또 결혼 전에다, 45년 전 사망한 장인과 도미타 대사를 연관시키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죠. (☞ 도미타 신임 주한일본대사, 한국 노래도 즐기는 학구파)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월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이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는 등 양국의 대화가 막 기지개를 켰습니다. 도미타 대사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외교관계가 복원된 이후 스무번째 주한 일본대사이기도 한데요. 과연 제20대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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