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확인했다” 발표 사흘 앞두고 초유의 ‘성적 유출’ 사태

입력
2019.12.02 11:04
수정
2019.12.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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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 인증 게시글 도배… 평가원 부실 관리 ‘도마’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인 지난 1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수능 출제방향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인 지난 14일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수능 출제방향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를 사흘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일부 수험생들이 성적을 미리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최대 규모 시험인 수능을 부실 관리한 데 대한 파장이 클 전망이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1일 밤 늦게 일부 수험생들이 평가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성적을 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 발표를 앞두고 사전 모의 테스트 과정에서 재수생에 한 해 성적이 노출된 것으로 안다”며 “해킹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실은 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수능 성적표를 미리 발급받았다’고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다른 네티즌들이 ‘성적표를 어떻게 확인했느냐’고 묻자 원 게시글 작성자는 웹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 기능을 이용해 클릭 몇 번 만에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1, 2시간 만에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는 수능 성적을 확인했다고 인증하는 글로 도배됐다.

성적을 확인한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으므로 실제 성적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성적 확인은 기존 성적 이력의 연도를 ‘2020’으로 바꾸는 식으로 가능했던 것이어서 재수생 등 기존 성적 기록이 있는 ‘n수생’만 가능했다. 현재는 해당 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평가원의 공식 수능 성적 발표는 4일 오전 9시였다.

이번 유출 사고로, 평가원의 허술한 보안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적 확인을 시도한 학생들이 비정상적으로 성적을 유출했다고 판단해 법적 조치를 받게 될지도 주목된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성적을 부정 확인한 인원을 전원 0점 처리하라”며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에게 법을 준수하는 일반 수험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청원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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