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대치’ 속 513조 예산 제때 처리 물건너간 듯

입력
2019.12.02 04:40
수정
2019.12.02 07:3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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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습 선언으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졌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 예산안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습 선언으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졌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 예산안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고영권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513조원대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활동 시한(11월 30일)을 넘겼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을 넘길 전망이다. 국회의 예산안 상습 늑장 처리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2년 입법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12월 2일로 못박고 있다. 예결특위 활동 시한 이후엔 국회 원내 교섭단체들이 합의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 대신 국회의 수정안을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대치’로 여야 협상이 중단되면서 수정안 처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원 규모의 예산안 원안은 1일 0시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자동 부의됐다. 예결위가 법정 심사 기한(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와 의결을 마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예년엔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 협의체’가 막판 심사에 나서곤 했지만, 올해엔 협의체가 지난달 28일에서야 가동되는 바람에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결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자유한국당 이종배,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주말에도 회동해 심사를 이어갔다. 이들은 증ㆍ감액 안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봤지만, 수백 건의 안건을 2일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은 예결위 활동시한 연장을 문희상 국회의장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2일 정부의 예산안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는 대신 3당 간사 협의체에 추가 심사 시간을 줄 방침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정부 원안대로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간사 협의체의 협의 과정을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사 협의체가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 제출하면 국회법에 따라 수정안이 정부 원안보다 먼저 표결에 부쳐진다. 수정안이 가결되면 원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달 10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안에 국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늦어도 7, 8일까지는 수정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수정 예산안을 정리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필리버스터 대치로 정국이 극도로 꼬여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다면, 예산안이 정기국회 이후에나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간 협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심의를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큰 틀에서 여야 갈등이 풀려야 예산안 처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일 오후 여야 3당 간사가 모였지만 전해철 민주당 간사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철회 없이는 예산안 심사를 하지 않겠다”고 해 심사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공직선거법ㆍ검찰개혁법 대치가 풀리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채 다른 야당들과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을 빼고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패트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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