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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궁금해?] 지소미아와 한일관계 향배

 지소미아가 한미일 공조 핵심 부각 ‘한미일 對 북중러’ 구도만 굳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일본 측과 접점 찾기 노력을 지속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수출규제 해소를 위한 전향적인 대화 진행을 조건으로 지소미아 종료 시행을 미뤘다. 일본 측도 수출규제와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에 당장 변화는 없으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이 한 발씩 물러나 협상할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지 144일,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결정한 지 3개월 만이다. 한반도를 뒤흔든 외교 이슈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워싱턴·도쿄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지난주 금요일인데, 반전이 있었죠. 직전 대통령 메시지 등으로 미뤄볼 때 일본의 태도가 요지부동이고 그래서 지소미아 종료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는데.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미국이 애를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표면적으론 한국만 압박한 모양새였지만 물밑에선 일본에도 태도 전향을 종용했을 공산이 큽니다. 22~23일 나고야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렸는데,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일본을 방문한 건 사흘 전인 19일부터였어요. 막후 설득을 위해서일 거라는 추측이 파다했죠. 지소미아 종료(밤 12시)가 예정됐던 22일 아침 일부에 알려진 미국발 전언이 흥미로웠는데요. “일본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도 없다”는 정부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대부분 국내 언론 보도와 달리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란 거였습니다. “막판까지 애 쓰겠다”는 한국 정부 얘기가 명분쌓기용 수사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실제 제법 오랜 기간 드러나지 않게 조율을 한 듯한데요.

불나방=지소미아 종료 시행을 조건부 연기한 데 대해 일본 측이 합의한 시간보다 먼저 발표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거짓말까지 덧붙이고 양보한 게 없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우리 정부의 설명은 단호합니다. 일본 측이 합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죠. 앞서 청와대는 일본 측의 언론플레이와 관련해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판 실명 브리핑으로 전환되면서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일본 총리를 직접 겨냥하게 되죠. “어디 나를 시험해봐라”(Try me)라는 말까지 쓰며 지소미아 즉시 종료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외교적으로 아주 이례적 상황이 연출된 겁니다. 그런데 일본은 발끈하기보단, 논란을 중단하자는 쪽이었죠.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겁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일본에선 “정부로선 사죄(사과)한 사실이 없다”, “한국 측 반응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고 밝히고 있죠. 양국 간 의사소통 채널 사이에 있는 사람이 사과에 준하는 의견을 전달했을 수는 있겠지만 정부 차원은 아니라는 건데요. 결국 한일 양국 모두 국내 여론에 자국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명분 싸움인 것 같아요.

사직로 피톤치드(피톤치드)=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게 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당국뿐 아니라 주한일본대사관,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서도 수시로 연락하기 때문에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일본의 사과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거죠. 다만 외교적 관례나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주체와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듯합니다.

마음은 콩밭에=정부의 1차 분노 포인트는 일본 측 발표가 정부 합의와 달랐다는 거였습니다. 또 일본이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이 먼저 WTO 제소 절차 중단 의사를 알려와 일본이 수출규제 관련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란 식으로 외교적 승리를 과시하는 언론플레이를 하자 분노가 폭발한 건데요. 자칫 언론플레이에 휘말렸다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일시적 유예’가 외교적 패배로 비칠 수 있어 “유 트라이 미” “거짓말” 등 거센 표현을 동원하며 일본을 몰아세운 듯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주요일지와 양측 진실공방 그래픽=송정근 기자

불나방=일본 태도가 부적절하면 언제든 끝내버릴 수 있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미국 기세에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긴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들립니다.

메아리=지소미아 종료 카드가 요지부동이던 일본을 움직이는 데 힘을 발휘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끌어들여 한일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안이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개입의 방향성을 정부가 오판한 것 같아요. 당장 미일과 한미 동맹 가운데 미국이 뭘 중요하게 여기느냐만 짐작해도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줄 까닭이 없다는 거죠. 더욱이 깨려는 한국의 시도가 좌절되면서 한일 지소미아의 존재감이 체결 당시보다 부각됐을 뿐 아니라 실제 더 단단해지고 말았다는 데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결코 이로울 게 없는데 이번 일로 한일 지소미아가 한미일 공조의 핵심 토대라는 게 사실상 증명됐죠.

피톤치드=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미일 동맹을 봤을 땐 한국이 일본에 우위를 확보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습니다. 그 전에는 미일이 지소미아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했다면 이제는 한미가 일본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우리가 미국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평가도 있고요.

포토맥 명탐정=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는 게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인데, 전략의 연결고리인 지소미아의 상징성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죠. 지소미아 종료를 중국 견제와 북한 억제 전선에서 한국이 이탈하는 행보로 본 거죠.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자해적 조치로 보는 기류도 강했어요.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의 이런 상징성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이를 한일 갈등에 방관하는 미국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지렛대로 본 듯합니다. 실제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가 불거진 후 적극적으로 관여하긴 했지만, 한일갈등이 한미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신뢰손상이란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게 됐습니다.

불나방=결국 보복(일본)과 맞대응(한국) 같은 수단을 양측이 동결시키고, 애초 갈등 씨앗이던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을 제대로 고민할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제안(한일 기업 출연금+양국 국민성금)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죠.

사이다=일본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 외에 모든 한국ㆍ일본 기업에게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기업에 의무를 지우는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죠. 자발적 기부라는 점에서 양측이 물밑에서 접점을 모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일본이 주목하는 것은 문희상 방안 이후 한국 내 반발이에요. 한국 정부가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문희상 방안 중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의거해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ㆍ치유재단 기금의 잔금을 강제동원 배상에 사용하는 것도 부정적입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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