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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의 최전선]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면역관용 유도 이식, 면역억제제 끊어도 콩팥 기능 유지
박재범(오른쪽)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와 장헤련 신장내과 교수가 콩팥이식 환자의 치료 후 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콩팥(신장)은 혈액 노폐물과 독소를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혈압을 조절한다. 콩팥이 사구체신염이나 당뇨병성 신증 등 여러 원인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노폐물이 혈액에 축적된다. 결국 만성콩팥병으로 이어져 전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단계인 말기 신부전이 되면 환자가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요법이 필요하다. 대체요법으로는 혈액 투석(透析)과 복막 투석, 콩팥이식 등이 있다. 콩팥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생존율과 삶의 질이 높고, 비용도 적게 드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콩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아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 등을 만났다.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이식외과는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에 성공했다.

◇면억억제제 필요 없는 ‘꿈’의 콩팥이식

콩팥이식은 건강한 콩팥을 인체 내에 옮겨 심는 수술이다. 망가진 콩팥 기능을 새로 이식된 콩팥으로 완전히 대체한다. 하지만 콩팥이식을 받으면 콩팥을 보존하기 위해 면역억제제(타크로리무스 등)를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면역억제제의 독성이 콩팥을 망가뜨릴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바이러스 질환 등에 걸리기 쉬운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는 것이 콩팥 이식 환자의 꿈이었다. 이를 실현한 것이 바로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이다. 이 방식으로 수술하면 1~2년 안에 면역억제제를 끊어도 면역세포가 이식 받은 콩팥을 공격하지 않아 콩팥 이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콩팥 기능을 장기간 유지하게 만든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가 2011년 국내 최초로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을 하는데 성공한 데 이어 지난 10월 박재범·이교원 장기이식센터 교수팀이 이에 ‘가장 적합한 프로토콜’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장기이식센터 등 4곳의 이식센터에서만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에 성공했다.

박재범 교수는 “면역관용 유도 콩팥이식으로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장·단기 부작용에서 벗어나 생명 연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 의료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단 한 번의 이식만으로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장기이식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생체 기증 절차>
◇기증·수혜자 함께 건강한 삶 누리게

콩팥이식은 수술 전후 여러 절차를 거친다. 이식 수술은 기증자와 수혜자가 함께 겪는 과정으로 특히 콩팥이식 등 생체 부분 이식은 기증자의 의사가 관건이다. 생체 부분 이식은 만 16~65세의 건강한 기증자가 원할 때 가능하다.

장기 기증은 기증자에게 안전하게 진행되지만 기증자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은 여전히 적지 않다. 어렵게 결정한 기증자를 위해 의료적 상황을 명확히 알려주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도록 돌보는 과정은 수술 예후(豫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 박재범 교수는 “우리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기증자와 수혜자가 기증 전후 모든 과정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기증자 클리닉’을 통해 기증자를, 이식을 경험한 선배와 만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이식 환자를 신체·정신적으로 맞춤 관리한다. 기증자 클리닉은 장혜련 신장내과 교수를 주축으로 신장내과 전문의가 기증자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콩팥 기증자의 준비에서 기증 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실제로 기증자 클리닉이 기증자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3년 1월부터 기증자 클리닉을 운영한 후 기증 전보다 사구체여과율이 60% 미만으로 떨어진 기증자의 비율이 29.1%에서 19.2%로 10%포인트가량 줄었다. 기증 후 사구체여과율은 남은 콩팥의 적응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다. 기증 후 사구체여과율이 기증 전보다 60% 미만으로 떨어지면 남은 콩팥의 적응 정도가 나쁘다고 볼 수 있다. 통계적으로 상대적 위험을 계산했을 때 기증자 클리닉 운영만으로도 이런 위험이 42% 줄었다. 장혜련 교수는 “기증자 클리닉은 이식 예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기증자가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사회공헌팀이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이식 선후배 환자의 만남을 주선해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의료계 최초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콩팥 이식인 멘토링 프로그램은 현재 21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에 1만여명이 참여했다.

허우성 장기이식센터장은 “우리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 수술 자체 발전 외에도 이식 과정에서 기증자 클리닉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식 환자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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