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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저술 교양 부문 10종 

‘내용은 더 깊게, 형식은 더 쉽게’ 올해 교양서 트렌드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교양서와 학술서의 격차가 줄었다”는 총평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기과학자가 기후변화 문제를 정리한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선업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녹여낸 ‘중공업가족의 유토피아’, 현직 판사의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낸 ‘어떤 양형 이유’, 생물학자가 세밀하게 고증해낸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등이다. 데이터와 현장성도 돋보였다. ‘불평등의 세대’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탄탄한 자료로 승부했다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은 인터뷰를 통해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피노자의 거미’와 ‘유사역사학 비판’도 각각 참신한 시도, 뚝심 있는 연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대기과학자인 저자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공포의 실체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원리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과학적 데이터로 제시해 설득력을 높인다. 책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 배경을 들추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각자가 나서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한다.

 ▦스피노자의 거미 
 박지형 지음ㆍ이음 발행 

‘자연에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없을까’ 생태과학자인 저자의 참신한 질문에서 책은 출발한다. 흔히들 소수의 승자만 살아남아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적자생존만이 자연의 법칙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이토록 다양한 생물의 종이 존재할 수 없다. 저자는 경쟁, 독점이 아닌 공존과 상생의 생태계에서 이상적 사회의 대안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사역사학 비판 
 이문영 지음ㆍ역사비평사 발행 

가짜뉴스는 학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사역사학은 역사학 자체를 오도한다는 점에서 사이비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사역사학은 자국의 영광을 되살리고, 수치스러운 역사는 은폐하며, 한민족이 가장 뛰어나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을 업신여긴다. 1990년대초부터 유사역사학 비판에 총대를 메온 저자는 이런 역사관을 가졌던 이들이 나치와 일본제국주의였다며, 우리가 그들을 답습할 것인지 묻는다.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ㆍ문학과지성사 발행 

이른바 386 용퇴론의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된 책이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기원을 386 엘리트 집단의 권력 독점에서 찾는다. 총선 세대별 입후보자 및 당선자 분포, 국내 100대 기업의 세대별 임원진 분포 등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가 수두룩하다.

 ▦중공업가족의 유토피아 
 양승훈 지음ㆍ오월의 봄 발행 

한 시대, 한 지역사회가 천천히 쓰러져 가는 과정을 조선업의 도시 거제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세계 1위 선박수주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거제는 조선업 불황으로 위기에 처한다.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사람들은 정든 도시를 떠나 뿔뿔이 흩어진다. 5년 간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거제의 흥망성쇠를 내밀하게 담아냈다.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ㆍ한겨레출판 발행 

올 한해 페미니즘의 뜨거운 화두였던 ‘탈코르셋’에 관한 가장 생생하고도 내밀하며 균형 잡힌 사회과학적 기록이다.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경험하고 사유한 것들을 13개의 담론으로 구성했다. 애초 탈코르셋 운동에 거리감을 뒀던 저자가 운동에 몸소 뛰어들게 되면서, 스스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 공감이 간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ㆍ돌베개 발행 

청소년 노동자들 죽음 뒤에 가려진 사회의 책임을 묻는 책이다.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동준군을 비롯해 ‘현장실습생’이란 이름으로 칭해지던 아이들이 일상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는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가족, 친구, 선생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의 목소리를 2년 넘게 들었고, 책은 그 절절한 외침을 담았다.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지음ㆍ김영사 발행 

자칭 변두리 시골판사라 칭하는 현직 법관이 풀어낸 고해성사다. 메마르고 때로는 비정한 판결문에 쓰지 못한 번민과 고뇌를 꾹꾹 눌러 담았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산업재해, 성추행, 성전환자 강간 및 부부강간 등 무수한 판결 속에서 그는 사건이 아닌 사람을, 법을 넘어 상식을 찾으려 애쓴다. 법관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 깃든 정의’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ㆍ창비 발행 

자연스럽게 뿌리 내린 차별적 언어와 행동, 의식이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추적한 책이다.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차별 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김도윤 지음ㆍ한빛비즈 발행 

생물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펴낸 만화 교양서로 어른들이 보기에도 거부감이 없다. 공룡의 피부색과 체온 등 최신 공룡 연구보다 더 흥미로운 건 저자가 직접 검증한 공룡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다. 티라노사우루스 팔의 모습과 각도 등 한 컷 한 컷 마다 논문을 독파하고, 밀라노 자연사박물관까지 찾아간 저자의 열정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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