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보다 소비자 편익이 중요하다

입력
2019.11.25 04:40
29면
디즈니플러스 로고와 주요 콘텐츠
디즈니플러스 로고와 주요 콘텐츠

최근 국내외 IT 시장을 뒤흔드는 커다란 사건들이 발생했다. 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는 징후로 읽힌다.

먼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월트디즈니는 스타워즈와 마블 등 팬 층이 두꺼운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 중이고, 월 서비스 구독료 역시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인 7달러로 책정했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가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인정받던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건이다.

또 다른 사건은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최대 검색 업체 야후재팬의 전격적인 경영 통합 발표다. 한일 대표 인터넷기업의 통합이 이뤄지면 1억명을 넘는 사용자를 갖는 아시아 대표 인터넷 공룡 기업이 탄생한다. 통합의 목표는 세계 최고 AI플랫폼 기업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위가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에 혼자 경쟁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지금 플랫폼 전쟁 중이다. 글로벌 AI플랫폼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체제와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체제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각각 미주대륙과 남미, 중국과 동남아 등 상대 진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늦었지만 유료방송의 새 판 짜기가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기업 결합 심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기업 결합을 심사하는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승인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인수ㆍ합병을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의 빠른 국내 시장 잠식에 기민하게 대응하라는 취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의 이번 기업결합 승인은 단순 방송통신 시장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일대사건’”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이번 결정은 5G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으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경쟁 기업과 정부 일각에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LG유플러스가 인수하려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을 승인 조건으로 제시할 거란 이야기다. LG유플러스가 사실상 수용이 불가능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알뜰폰 사업 분리 매각은 현실성이 없다. CJ헬로에서 알뜰폰 사업을 분리할 경우 일개 사업 부서가 시장에서 독자 생존하기는 매우 힘들다. 매각 절차를 밟아도 인수해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인수 기업을 도산으로 내몰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규제 완화가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도 없이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어깃장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알뜰폰 분리 매각이라는 조건보다는 차라리 3개 이통사업자로 고착화된 통신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제4이통을 만들어 해결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부득이 조건을 고려한다고 해도 기업에 활성화 방안을 숙제로 안기는 게 타당하다. 미국과 일본 사례는 참고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와 규제가 유사한 일본은 소프트뱅크가 Y모바일과 라인모바일, KDDI는 UQ모바일과 JCOM모바일이라는 알뜰폰 자회사를 각각 2개씩 두고 있다. 미국 AT&T 역시 크리킷과 Aio를 알뜰폰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활성화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글로벌 경쟁 대응과 산업 활성화, 서비스 경쟁 촉발, 소비자 편익 등 국내 산업의 긍정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경제 위기의 찬바람을 앞에 두고 국민 경제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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