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추억의 모델 소환하는 기업들
배우 김응수(오른쪽)와 박준형이 함께 출연한 ‘OB라거’ 광고 영상. 오비맥주 제공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싱거운 라거 제끼고 오리지널 아닌 라거 보내고 맛없는 라거들은 다 죽였다. OB라거! 벌써 잊었냐?”

최근 영화 ‘타짜’의 ‘곽철용 신드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김응수가 특유의 어투로 말한다. 이때 유심히 듣고 있던 그룹 god의 멤버 박준형이 “응수 형님~”하며 달려간다. 두 사람은 함께 “랄라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난 1996년 맥주 시장과 광고계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OB라거’ 광고가 돌아왔다. 당시 원조 모델이었던 박준형이 등장해 예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14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온라인 광고는 20일까지 1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OB라거’의 박준형처럼 추억의 광고 모델을 다시 발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의 광고 모델을 통해 기성세대에겐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광고 타깃층인 밀레니얼 세대에겐 ‘뉴트로’ 감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다. 제품 출시 초기 활약했던 원조 모델의 재등장은 기업과 브랜드의 역사성, 정통성까지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OB라거’ 광고에서 김응수(오른쪽)와 박준형이 ‘랄라라’ 춤을 추는 모습.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원조 모델 박준형을 내세웠다. 최근 박준형은 유튜브에서 ‘와썹맨’으로 활동하며 젊은 층에 탄탄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해당 광고영상 댓글 중에는 “와썹맨 형님이 옛날 OB라거 모델이었네”라며 놀라는 글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비맥주 측은 “지난달 ‘OB라거’ 가정용 캔(355㎖) 제품과 이달 중순부터 한정적으로 병맥주(500㎖)를 일반 음식점용으로 내놓았다”며 “예전 ‘OB라거’가 인기 있던 시절로 ‘붐업’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도 지난 2014년 ‘프리미엄 맥주’로 출시했던 ‘클라우드’의 원조 모델이었던 전지현과 다시계약했다. 당시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출시와 함께 단독 여성 모델로 전지현을 발탁해 2년간 호흡을 맞췄다. 3년 만에 전지현을 재기용한 건 침체에 빠진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의 선전으로 출시 초기 맥주시장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으나, 최근엔 점유율이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을 통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인데, 전지현은 현재 광고계에서 부동의 톱 ‘S급’ 연예인으로 1년 광고 모델료만 1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와 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테라’ 열풍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조 모델을 재기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은 7년만에 전지현을 다시 샴푸 브랜드 ‘엘라스틴’ 모델로 박탈했다. LG생활건강 제공

업계에서는 롯데주류가 거액을 지불하고라도 다시 전지현과 손잡은 건 LG생활건강의 샴푸 브랜드 ‘엘라스틴’ 영향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 5월 전지현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2001년 엘라스틴 출시와 동시에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11년간 함께 했다. 엘라스틴은 그동안 국내 샴푸 판매 1위 브랜드로 성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계약을 해지하면서 샴푸 트렌드가 한방으로 바뀌며 고전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머릿결이 날리는 광고로 7년 만에 원조 모델 전지현을 소환한 결과, 올 3분기 엘라스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나 늘어 ‘전지현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랜만이야, 라이스버거”라며 능청스럽게 등장하는 개그맨 남희석의 롯데리아 온라인 광고도 화제다. 롯데리아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라이스버거’를 재출시하면서 지난 1999년 광고 모델로 활약했던 남희석을 재발탁했다. 남희석은 흥부로 등장해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로 뺨을 맞는 광고, 예전 10대 아이돌밴드 한스밴드의 멤버와 촬영했던 버전을 패러디해 아버지와 함께 한 광고 등 2가지 버전으로 웃음을 준다. 20년만에 추억을 소환해 재미를 선사하는 ‘레트로 마케팅’이다.

롯데리아의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 재출시 모델로 발탁된 개그맨 남희석. 롯데리아 제공

LG전자와 코오롱FnC는 최근 각각 50년, 25년만에 원조 모델들을 불러 들였다. LG전자는 전신인 금성사가 196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백조세탁기’ 모델이었던 배우 최불암과 50년만에 재회했다. 코오롱FnC도 신사복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의 원조 모델 노주현을 25년만에 호출했다. 기업과 브랜드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 모델을 다시 기용하는 건 패션 브랜드로서는 모험인데, 브랜드의 가치와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한 캠브리지 멤버스의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