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히틀러 생가, 경찰서로 개조된다

입력
2019.11.20 15:54
수정
2019.11.20 18:5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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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나치 성지 될라” 우려에

오스트리아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위치한 히틀러 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스트리아 북부 브라우나우암인에 위치한 히틀러 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생가가 경찰서로 개조된다. 건물 소유주와의 배상 분쟁이 지난 8월로 마무리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히틀러의 생가가 신(新)나치주의 세력의 성지(聖地)가 되는 것을 막겠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볼프강 페쇼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북부 브라우나우에 있는 히틀러 생가 건물을 경찰서로 개조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경찰이 그 주택을 쓰기로 한 정부 결정은 이 건물이 나치주의를 기념하는 장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달 중 유럽연합(EU)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내고 내년 초까지 가장 적합한 설계를 확정해 본격적인 건물 개조에 돌입할 계획이다.

1889년 4월 20일 히틀러 출생 당시 그의 가족은 이 노란색 3층 건물의 세입자 중 하나였다. 히틀러가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은 단 몇 주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의 나치 추종자들은 이 곳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시즘 반대 운동가들 역시 매년 히틀러의 생일마다 이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히틀러 생가의 정치적 이용을 막기 위해 1970년대부터 이곳을 임차, 장애인 복지시설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이 건물을 100년 가까이 소유해온 전 소유주 게를린데 포머가 휠체어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건물 개조를 반대하고 매각도 거부함에 따라 임차 관계가 종료됐다. 정부는 2016년 이 건물을 강제 수용하려 했지만 포머는 보상금 액수가 적다며 소송을 냈고, 이후 올해 8월 대법원이 81만 유로의 보상금 액수를 확정할 때까지 건물은 줄곧 비어있었다.

분쟁 기간 내내 오스트리아에서는 이 건물의 처리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고 BBC는 설명했다. 건물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부터 자선 시설이나 나치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정부는 철거를 고려했지만 정치권과 역사학계에서 반발이 잇따르면서 건물을 대거 개조해 경찰서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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