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떼지어 공원 다리 건너면 위험”… 中 물리교사 과학분석에 네티즌 열광

입력
2019.11.24 16:00
수정
2019.11.24 19: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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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공원에서 주민들이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중국 상하이의 공원에서 주민들이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중국인의 공원 사랑은 각별하다. 도심 곳곳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초목을 배경 삼아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각양각색의 운동을 즐기는 인파가 적지 않다. 이들의 앞길을 막거나 제지하는 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소신대로 위험을 경고해 인터넷 스타가 된 물리교사가 있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과학을 실생활에 폭넓게 적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그의 열정에 네티즌은 ‘배운 대로 활용하는(學以致用)’ 참된 교육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허난(河南)성 자오쭤(焦作)의 중학교 교사 장회화(張懷華ㆍ45)는 인근 인민공원에서 매일 아침 ‘파워워킹(酷走)’하는 주민들을 지켜봤다. 수십 명이 줄지어 늘어서서 같은 리듬에 맞춰 강렬하고 빠른 걸음으로 마치 군대가 행진하듯 걷는 방식이다. 여럿이 무리 지어 느릿느릿 추는 광장무나 태극권이 여전히 대세이긴 하지만, 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이 같은 새로운 걷기방식이 각광받는 추세다.

장 교사가 주목한 건 주민들이 공원 다리를 건너갈 때 발생하는 ‘공진(共振ㆍ함께 떨림)’이었다.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 떨어지는 진동의 외부 충격을 가했을 때 약간의 힘으로도 큰 진동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그는 “60명이 다리 위에서 33초 동안 69걸음을 걸었다”면서 “1인당 몸무게를 70㎏으로 잡을 경우 다리에 가해진 충격은 4.2톤의 물건을 0.478초마다 들었다 놓는 것과 같다”고 계산했다.

장 교사는 지난 7일 다리의 파동변화와 외부 충격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걷는 운동도 좋지만 주민들이 경로를 우회하지 않는다면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네티즌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조회수가 불과 며칠 만에 2억 회를 넘었고, 장 교사는 단번에 SNS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앞서 그가 학생들과 건설현장에서 버려지는 지하수 배출량을 계산해 1만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월 15만 톤의 물을 아꼈고, 한 제자가 특허와 실용신안 130여건을 등록했다는 등의 사실이 함께 알려지자 과학에 거리를 두던 청소년들조차 “우리 학교에는 이런 교사가 없다”고 부러워했다.

일상과 접목한 모처럼의 과학 열기에 중국 매체도 가세했다. 1831년 영국 맨체스터 브로튼 현수교 위를 영국군 1개 대대 500여명이 발맞춰 행진하다 교량 붕괴로 200여명이 숨졌고, 1999년 22명의 무장경찰이 중국 충칭(重慶)의 무지개다리 위를 일제히 달려가다 다리가 무너지는가 하면, 2000년 영국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는 여러 명의 걸음 템포가 겹치면서 개통 당일 다리가 크게 출렁였다며 과거 공진 현상의 다양한 사례를 앞다퉈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2011년 피트니스센터에서 23명이 1초에 2.7번 발을 구르는 태보(태권도+복싱) 동작을 반복하다 테크노마트 건물이 흔들린 전례가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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