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의회에도 후원회가 필요하다

입력
2019.11.19 04:40
29면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에 지방의회가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국회만 정치개혁의 특혜를 누리지 말고, 지방의회에도 후원회를 허용해 함께 나눈다면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에 지방의회가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국회만 정치개혁의 특혜를 누리지 말고, 지방의회에도 후원회를 허용해 함께 나눈다면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지방의회에도 후원회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더니 “로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 후원회에 영향을 미칠 거다”라며 갖은 이유로 반대가 쏟아졌다. 깜짝 놀랐다. 분명 정치를 개혁하자고 모인 자리인데, 일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를 보며 어쩐지 씁쓸해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당대표 경선 후보자, 지방자치 단체장선거 후보자만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음성적으로 정치자금을 마련하거나 사비를 들일 수밖에 없다. 당선되거나 일정한 득표를 하면 어느 정도 보전 받지만, 선거비용 걱정에 도전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난해 9월 6일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로 지방의회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행안위에 계류되어 있다. 20대 국회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더 이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 정치의 큰 문제는 정치 신인, 특히 청년들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그중에 가장 높은 벽은 선거비용 마련이다. 제7회 지방선거 광역의회의원 선거비용 지출액 평균은 4,258만원이다. 기초의회의원 선거도 평균 3,500만원 가량이 쓰였다. 20, 30대 청년이 도움 없이 선거비용을 스스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돈이 많거나 가족이 부자인 사람이 아니라면 출마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선거비용 마련부터 걱정해야 한다.

이를 잘 반영한 것이 당선인들의 연령 현황이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지역구 광역의회의원 당선인(33명)은 전체 당선인 737명의 4.4%에 불과하다. 2030세대 지역구 기초의회의원(166명)도 전체 2,541명의 6.5%로 매우 낮다. 반면, 5060세대 지역구 광역의회의원 당선인(525명)은 전체 당선인의 71.2%, 지역구 기초의회의원 당선인(1,824명)은 71.7% 정도다.

청년들이 활발하게 참여해야 정치가 젊어지고 달라진다.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지금, 지방의회는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곳이다. 국회가 뜻있는 젊은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방의회에 후원회를 허용해주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출마의 용기를 낼 것이고 지방의회가 새로워질 것이다.

나 또한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의원 후보자도 후원회로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을 당시 수천만 원에 달한 선거비용은 고스란히 빚이 됐다. 청년 박용진에게는 버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후원회를 통한 선거비용 모금을 통해 계속 도전할 수 있었고, 2016년 드디어 당선됐다. 만약 선거비용 마련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고 출마를 포기했다면, 차명계좌, 현대차 세타2엔진, 유치원3법 등 '국회의원 박용진'으로서 이뤄낸 성과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에 지방의회가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국회만 정치개혁의 특혜를 누리지 말고, 지방의회에도 후원회를 허용해 함께 나눈다면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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