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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그리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의 인수ㆍ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 결정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을 급속히 장악해 가는 상황에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기에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번 심사 결과 발표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MVNO) 사업 부문 인수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부과하지 않고 승인한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알뜰폰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CJ헬로의 가입자 수와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CJ헬로를 알뜰폰 시장의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 발표는 불과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 심사에서 CJ헬로비전의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에서 독행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수를 불허한다고 했던 결정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알뜰폰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강한 의심이 들게 만든다.

공정위의 이러한 발표는 맞는 말일까? 최근까지 CJ헬로가 운영하는 알뜰폰 가입자 수는 대형 이동통신사의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을 제치고 가입자 순위에서 1위를 유지했다.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이동통신 3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로 ‘독행기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정위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나아가, 이미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전체 알뜰폰 시장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마저 인수할 경우, 두 개의 대형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하게 되는 독과점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과연 제대로 된 심사를 했는지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공정위 결정은 그 동안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펴 온 정부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 정부는 서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12년 이후 통신망 도매대가를 매년 인하하고 전파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또 한 이동통신사가 두 개 이상의 알뜰폰 자회사를 가질 수 없도록 제한하고, 이동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시장 장악을 방지하는 강력한 정책도 시행해 왔다. 이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 수는 800만 명으로 급성장했고, 전체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정위 결정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아무 조건 없이 LG유플러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수 있도록 허가해 그 동안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알뜰폰을 활용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사실상 무위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심사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가 남아 있다. 경쟁제한성을 주로 판단하는 공정위와 달리 과기정통부는 이용자 보호,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 심사에서 공정위가 간과한 알뜰폰 부분에 대한 심사를 소비자 보호와 공익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펴봐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과기정통부의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대기업 이동통신사의 이익 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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