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지난 9월 1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2019 부산장ㆍ노년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장ㆍ노년층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갈 곳이 있고 일할 거리가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그 작은 돈도 아주 소중하다” 지난 10여 년 간 노인 일자리 사업 현장에서 만나본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정부는 노인 빈곤을 해결하고 고령화 시대의 노인들이 일하는 복지를 누리면서 더 오랫동안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에 집중해 왔다. 복지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도 노후에 경제 활동을 통한 소득이 절실한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 보충정책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는 참여자의 빈곤 개선 효과뿐 아니라 우울, 고독, 상실감 등 노인의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 삶의 만족도 향상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 일자리 정책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감소해 빈곤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일자리 참여 노인은 비참여 노인에 비해 3개월 간 병원 이용 횟수가 2.4회에서 1.9회로, 우울 의심 비율이 32.3%에서 7.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가 그만큼 노년층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 일자리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치 있는 사업이다. 한국에서의 노인 일자리 상당수가 파트타임이고 단순 업무 일자리로 평가되고 있으나, 이를 나쁜 일자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 중 상당수는 일과 여가활동을 병행하고 싶어하고 파트타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만족도는 근로 형태나 직종을 불문하고 상당히 높은 편이다. 부산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78세의 한 어르신은 “노인 일자리 활동비와 기초연금을 합해 57만원을 가지고 한 달을 산다”면서 “집에서 화초만 키우며 살아오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주일에 2,3일은 꼭 문 밖을 나오게 된다. 내년에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다시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시니어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대구의 60대 어르신은 “젊어서 시작한 일이 아니어서 걱정도 많았지만, 매일 멋지게 손님과 마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서 대화도 줄어들고 허전함이 가슴 한구석에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을 때 만난 노인 일자리는 꿈꾸던 삶을 살게 해주었다”고 제2 인생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에 따른 노인 일자리의 세대 교체 준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노인 일자리 사업 현장에서는 드론 전문가, 유튜브 영상제작가, 코딩 교원 등 새로운 노인 세대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 유형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업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나이를 잊고 사업에 참여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또다른 과제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농산어촌 지역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활성화이다. 농산어촌 지역의 일자리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 욕구를 반영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제주 빌레나무를 초등학교, 양로원 등 미세먼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보급하는 사업이 있다. 환경 보전, 일자리 창출, 지역 상생 등 여러모로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민간 영역에서도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실버 택배, 영화관, 편의점 등 여러 영역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시니어 벤처 기업 설립 등을 통해 일자리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결국 노인 일자리 사업도 올바른 방향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노인 빈곤 완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확대해야 할 사업으로, 국민과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을 바탕으로 답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