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약 이야기] 유기농 채소 자주 먹으면 구충제 복용해야

입력
2019.11.18 18:00
수정
2019.11.18 19:5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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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채소를 즐겨 먹는다면 구충제를 빼먹지 말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유기농 채소를 즐겨 먹는다면 구충제를 빼먹지 말아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계절이 바뀌면 구충제를 챙겨 먹는 사람이 늘어난다. 채변봉투나 학교에서 구충제를 나눠 주는 모습은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된 요즘 구충제를 먹어야 할지 말지 고민된다. 하지만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기생충 감염건수가 2,190건에 달한다고 하니 아직까지 우리가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없다. 유기농 식품이 각광받고 해외여행이나 반려 동물로 인해 바뀐 생활환경 때문이라고 하니 기생충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 두면 좋다.

기생충은 주로 익히지 않은 채소나 소·돼지고기, 민물고기 등을 먹을 때 감염된다.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알벤다졸’ 성분의 구충제는 기생충의 포도당 흡수를 억제함으로써 에너지를 고갈시켜 살충효과를 나타낸다. 다행히 알벤다졸이 사람에게는 거의 흡수되지 않아 사람의 포도당 대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구충제는 만 2세부터 복용할 수 있다. 일부 구충제는 동물에서 태아 독성과 기형 발생이 보고돼 임신부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먹지 말아야 한다. 주요 부작용은 두통·어지러움·구역감·복부불쾌감·설사 등이 있다. 드물게 발열·가려움·두드러기 등 과민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구충제는 대부분 단기간 사용하지만 장기간 먹으면 간이나 혈액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정기 검사를 해야 한다.

기생충 감염에 따른 치료도 중요하지만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올바른 손 씻기와 더불어 침구류를 햇볕에 말리고 칼·도마는 가열 소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채소·과일은 씻고, 껍질을 벗겨 요리하고, 어패류나 육류는 익혀 먹으면 기생충 감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즘 소셜미디어(SNS)에서 구충제가 뜨거운 화제다. 구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말기 암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구충제는 아직 사람에게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고,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한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다. 대한암학회도 구충제를 항암 효과를 위해 고용량, 장기간 투여하면 혈액·신경·간 등에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항암제로 사용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박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장

박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장
박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종양약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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