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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금지, 법적ᆞ실제적으로 불가능
공교육 보완재로서 사교육 역할 유도와
평생교육 등 교육수요 관점의 접근 필요
사교육은 법으로 막을 수도 없고, 개인들이 사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설득할 근거도 약하며, 국가의 교육력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사교육이라는 표현 대신 ‘부모 주도 교육’, ‘민간 주도 교육’이라는 개념을 정립할 때가 됐다. 사진은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총력전을 벌여왔지만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5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8000억원(4.4%) 증가했다.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이는 2018년 우리나라 교육예산 총액(68조5500억원)의 28.4%나 되는 거대한 금액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2017년 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유치원과 공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받는 사교육, 나아가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이 받는 사교육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통제할 수 있다면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 사회체제에서는 사교육 금지가 법적ᆞ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부모의 교육권을 인정하고 사교육이 가지고 있는 공교육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교육 시장의 수출 길을 찾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학교 밖의 교육 영역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의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판시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저비용 공교육보다는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고비용 사교육이 개인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훨씬 효과적임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국가가 아무리 통제해도 개인들이 사교육 시장을 찾는 이유다.

세계 대부분 국가도 부모가 자녀 교육에 헌신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학부모들이 보다 많은 사교육을 시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국제관계가 약육강식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민관이 협력해 국가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공교육에 대한 투자와 교육약자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려 사적인 교육 투자로 인해 심화되는 교육 불평등 현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교육기관의 교사 수를 줄이고 정부 예산 중에서 교육 예산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무시함으로써 사교육비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인데 다른 한 편으로는 사교육 시장을 잡아서 개인의 교육 투자를 막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교육 시장을 산업 관점에서 바라보며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는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월요일부터 1박 2일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미래교육 혁신을 위한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풀어야 할 규제와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지원책을 찾는 마라톤 회의를 개최했다. 교육부와 산자부 그리고 과기정통부 등의 정부 부처와 교육계, 학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댄 이 회의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민’ 주도의 교육을 모두 사교육으로 매도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평생교육을 포함해 학교가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은 사교육기관과 분리하여 민간 교육기관으로 명명하고, 관련 정책도 구분하여 실시해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교육기관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환돼야 에듀테크 산업이 미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우리 국민의 개별화되고 고급화된 교육 수요에 부응함으로써 국가 교육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규제 개혁 및 지원책 마련 노력은 우리의 교육시장을 지킬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과 교육 산업을 수출하는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사교육은 법으로 막을 수도 없고, 개인들이 사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설득할 근거도 약하며, 국가의 교육력 제고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사교육이라는 표현 대신 ‘부모 주도 교육’ ‘민간 주도 교육’이라는 개념을 정립할 때가 됐다. 민간 주도 교육의 교육 역량을 키우면서 그로 인해 심해지는 교육 격차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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